서울 가는 기차 안에서 돌아본 지난날들
12년 전인 2013년
아내와 나는 결혼했다.
프리랜서 카피라이터였던 나는
가진 돈이 없었고
출판기획자인 아내는
회사를 계속 다니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친구는 하와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
"일 미터만 땅으로 내려오라"라고 충고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있었고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로 구속되었다.
남양유업 본사 직원 막말 파문도 있었다.
하루하루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살았다.
10년 전인 2015년
아내와 나는 막막했다.
가진 돈은 빠듯했고
직장생활은 고되고 치사했으며
미래는 불투명했다.
메르스 사태가 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매일매일이 고달팠지만
그래도 밥 먹고 술 마시고 때때로 웃었다.
5년 전인 2020년
아내와 나는 막막했다.
가진 돈은 빠듯했고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었으며
미래는 불투명했다.
코로나 19가 발발했고
미친 듯 비가 내려 전국에 홍수가 났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있었고
이건희와 박원순이 갔다.
이사에 한옥 수리까지 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첫 책을 내서 작가로 데뷔했고
여기저기서 글쓰기 강연 신청이 들어왔다.
올해는 2025년.
우리는 엉뚱하게 보령으로 이사했다.
가진 돈은 빠듯한데
또 낡은 집을 사서 수리하고 있다.
서울과 보령 두 곳을 오가며
일도 하고 연극도 보고 친구도 만난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두 시간 만에 종결되었고
지금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미래는 불투명하고
사는 건 늘 불안하지만
그래도 또 어찌어찌 살아갈 것이다.
며칠 전 우리는 언제 죽을까 얘기했다.
당분간은 둘 다 죽지 않을 것 같으니
즐겁게 열심히 살기로 합의했다.
우린 괜찮을 것이다.
아니,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