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의 『이월되지 않는 엄마』 - 임경섭의 이월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기 전
아내가 지난달에 매일 아침 읽다가
드디어 다 읽고 던져 놓은 난다의 책
『이월되지 않는 엄마』 - '임경섭의 이월'을
들고 원래 목적지인 화장실로 갔다.
'너무 이른 만우절'은
임경섭 시인이 대학 축제 사회를 보느라
잠깐 서울로 올라간 사이에(고향이 원주다)
누나가 전화를 해 "엄마가 암이래" 라며
우는 얘기다.
임 시인은 누나의 말이 거짓말이길,
그날이 이른 만우절이기를 바라지만
엄마는 암 판정 이후 이 주 뒤에 세상을 뜬다.
읽다가 책 귀퉁이를 접어 도그지어를 만든 부분은
임종 직전 엄마가 "좋은 시인이 돼라"라고 하셨고
하필 왜 그때 시를 좋아해서,
하필 왜 그때 시를 쓴다고 해서
엄마가 저런 소리를 하시게 만들었는지
임 시인이 후회하는 부분이다.
책을 읽다가 왈칵 눈물이 고였던 부분은
(나는 엉뚱한 데서 눈물을 터뜨리는 스타일이다)
엄마 장례식에 찾아온 작은할아버지가
맥주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채우고
"이런 날에 장남인 네가 생각이 많으면 안 된다"
라면서 세 잔이나 마시게 하는 '무식한' 장면과
영미 이모가 시내로 시인을 데려가
양복을 사 입히는데 제대로 된 정장 한 벌
없었던 임 시인이 양복이 생겨 좋다고 생각하고
교복을 맞출 때처럼 내가 조금 더 성장할 걸
예상해 한 치수 큰 양복을 사야 하나 고민하다가
'이 새낀 몸만 어른이지, 진짜 애새끼구나'
라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었다.
물론 민정 누나(김민정 시인) 아버지
장례식장에 갔던 이야기는 반가웠다.
나와 아내도 그 장례식에 갔었으니까.
(이런 걸 반가워하니 너도 아직 애새끼로구나)
민정 누나가 보내준 백합을 끓일 때
민정 누나가 시킨 대로 아무것도 넣지 않고
물로만 끓인 백합탕 얘기를 읽을 땐 미소 지었고.
다행이다. 아직 책을 읽으며 눈물이 차올라서.
책을 읽으며 우는 것은 유치한 일이지만
유치하면 어떠냐, 나 좋으면 그만인 것을.
유치하면 어떠랴, 다정하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