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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들

김용택 시인의 <사랑 말고는 뛰지 말자> 중간 리뷰

by 편성준


난다의 시의적절 시리즈를 아내가 매달 산다. 그녀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이 책부터 읽는 게 일이다. 나도 가끔 들춰보는데 읽을 때마다 참 대단한 기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달마다 시인들에게 책 한 권씩 쓰게 하는 게 보통 일인가. 기를 쓰고 책을 만들어내는 시인들이 착한 건지, 그렇게 하라고 시키는 김민정 시인이 힘이 센 건지, 아니면 이런 기획의 실무를 이 년째 도맡아 해내고 있는 유성원 차장을 비롯한 편집팀이 대단한 건지. 아마 셋 다이겠지, 하면서 3월의 저자 김용택 시인이 쓴 아포리즘 중 하나를 골라 소개한다. 아내가 "글이 참 따뜻해."라며 읽으라고 조금 아까 바닷가 스타벅스에서 전해줬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서 인용하고 싶은 글을 세 개나 찾아냈다. '1월이 가서 좋다, 2월이 가서 좋다, 3월이 와서 좋다'라는 3월 1일의 글도 좋고 '아내는 마을회관 따뜻한 방바닥에 몸을 누이고 논다. 점순이 엄마 큰집 현수 주성이 엄마랑 아무 이야기나 하며 논다'라는 3월 5일의 일기도 좋다. 끝으로 3월 7일의 아포리즘들 중 하나를 소개한다. 이것 말고도 이 책엔 이런 멋진 구절들이 흩뿌려져 있으니 어서 서점으로 달려가 김용택의 동조자가 되시라. 김민정, 유성원의 노력에 항복하시라. 그리하여 마침내 잠깐 행복하시라.


겉옷보다는

속옷이 깨끗한 사람,

속옷보다는

피부가 깨끗한 사람,

피부보다는

그 속의 피가 깨끗한 사람,

맑은 피보다

영혼이 깊고 깨끗한 사람......

이런 말도 모르고

그냥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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