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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빠른 독후감

다람출판사의 소설집 『봄이 오면 녹는』

by 편성준


다람출판사에서 나온 세 사람의 소설집 『봄이 오면 녹는』 에서 성혜령의 「나방파리」를 먼저 읽었다. 종로의 시시한 편입학원에서 만났던 두 여자 이야기다. 일영이는 공등학교 때부터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고 박완서 소설만 읽던 종희 언니는 사회복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양로원에서 일하다가 아이 시온이를 잃은 뒤 죽은 아이와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어서 무당집을 찾아 다닌다.


그런데 마지막 즈음 무당집이 아닌 이발소에서 밝혀지는 서로의 진실이 놀랍다. 이 소설은 욕실에서 나방파리를 눌러 죽이는 것처럼 무심코 했던 행위들이 운명을 만들어낸다는 믿음과 그것에 서로 얽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주는 건 교훈이 아니라 섬뜩한 깨달음이다. 나는 짧은 소설이 주는 충격에 놀라서 일단 빠르게 독후감을 써 본다. 그런데 이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빠른 독후감이다. 그걸 알면서도 잊을까 봐 일단 기록을 해 둔다. 나머지 두 편을 더 읽고 다시 천천히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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