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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ug 26. 2019

좋은 재료들 가지고 욕심을 너무 부린 영화

[커런트 워]


몇 주 동안 하지 못했던 '월조회'를 오늘 혼자 다시 감행했다. 내가 이번 월요일 아침에 택한 작품은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가 초기 전기 사업의 흐름을 직류로 할 것인가 교류로 할 것인가를 넣고 대결하는 내용의 헐리우드 영화 [커런트 워]였다.


예전 비디오테이프 초기에도 소니의 베타 테이프가 VHS 테이프보다 우수했지만 결국 비즈니스 대세에선 밀렸던 예가 있는 것처럼 이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운 대결을 품고 있는 소재다. 그리고 배우들도 베네딕트 컴버배치, 니콜라스 홀트, 마이클 섀넌 등 화려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촬영 감독이 (박찬욱 감독의 파트너였던) 정정훈이라는 것도 끌리는 요소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모든 요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감독이 욕심을 지나치게 부린 탓이다. 너무 세련된 시나리오는 관객이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른 장면으로 전환되기 일쑤였고 교차 편집도 지나치게 잦고 화려해서 정신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테슬라 등 등장인물들의 자세가 너무 모호하다. 악역도 아니고 영웅도 아닌 셋은 저마다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즉 셋 다 복잡다단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라 누구에게 정을 붙여야 할지 모르게 되어버린다. 그런데 그들에게 똑같은 힘을 주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추구하는 바가 관객들에겐 명쾌하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분명 훌륭한 시나리오와 미장센, 배우들의 집합체이지만 그걸 명쾌하게 꿰는 인사이트가 부족했다고나 할까. '좋았던 영화가 아닐 경우엔 짧게 쓴다'라는 평소의 지론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쓴다. 다음엔 마음에 드는 영화 보고 나서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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