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영화제 후원자들을 위한 토크쇼 후기
어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들꽃영화제 후원 감사 콘서트'에 갔습니다. 오동진 기자가 만들어 해마다 열리는 들꽃 영화제를 후원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린 토크 콘서트죠. '보는 음악, 듣는 영화'라는 주제로 오동진 기자와 김태훈 팝 칼럼니스트가 대담을 나누었는데 영화와 음악에 진심인 두 사람의 깨알지식과 자학적 유머가 팝콘처럼 튀는 현란한 토크쇼였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왓치맨' 오프닝에 나오는 밥 딜런의 곡으로 시작된 토크 콘서트에서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1964년이 팝 역사상 매우 중요한 해'라고 하면서 비틀즈가 애드 설리반 쇼에 출연한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밥 딜런의 곡을 한 곡 들은 뒤 그가 어쿠스틱을 버리고 일렉기타를 들고 무대에 섰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언제까지 처량한 조명 아래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살 순 없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만들어낸 최고의 장면은 밥 딜런이 오토바이를 타고 떠나는 장면이라고 감탄하자 오동진 기자가 "최근 '포드 앤 페라리'도 꽤 잘 만들었지."라고 거들었습니다.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자기는 툼스톤 블루스가 좋다, 아티스트 버디 워터스 노래에서 'it ain't me baby'가 있는데 어쩌구, 모니카 바바루와 존 바에즈가 저쩌구, 그러자 다시 오동진 기자가 "존 바에즈 다룬 다큐가 있어요."라며 거들고...... 아무리 영화 기자고 팝칼럼니스트라 하더라도 어찌 저리 많은 지식들을 섭렵했을까, 객석에 앉은 저는 그저 감탄에 감탄을 할 뿐이었고 그 사이에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또 존 바에즈의 곡 '다이아몬드 앤 러스트'가 사랑에 대한 메타포임을 밝히고.
도어스의 싸이키델릭한 음악과 반복되는 리프를 얘기하며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이 그룹의 이름이 올더스 헉슬리의 ' Doors of inception'에서 나왔음을 알려 주었습니다. 짐 모리슨이 윌리엄 블레이크 좋아했다는 얘기도 했고요. 이 정도면 완전 인문학 강연이죠. 오동진 기자가 리버풀 사운드와 런던 사운드가 어떻게 다르냐고 묻자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비틀즈의 'she loves you'가 최초의 축구 응원가였음을 얘기하고 비틀즈는 사실 독일의 함부르크를 지향해 거기서 연주를 많이 한 사실도 거론했습니다. 비틀즈의 전설적인 프로듀서인 조지 마틴이 그룹 결성 초기에 드러머 피트 베스트는 바꾸자고 하고 나중에 링고 스타를 데리고 온 것도 부록처럼 덧붙였고요(오랜만에 조지 마틴 얘기 반가웠습니다. 월간팝송에 비틀즈 얘기 연재될 때 멤버들이 그를 '파이프 수리공'이라고 놀렸던 게 기억났거든요).
70년대 젊은이들을 들끓게 했던 '펑크의 3법칙' 얘기도 들었습니다. 기타 코드 3개만으로 노래를 만들어 부른 건 기존의 귀족적이고 지식인적인 음악계를 바판하는 의미였다는 김태훈 팝칼럼니스트의 얘기를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오동진 기자가 영화 '도어스'가 재개봉했는데 너무 관객이 적었다면서 얼마 전에 세상을 뜬 발 킬머 얘기를 했습니다. 전성기 때 발 킬머의 짐 모리슨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면서 'Light my fire'를 틀었는데 저작권 문제로 조금만 틀다 껐습니다. 그러자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어떻게 Light my fire를 듣다가 중간에 짜를 수가 있느냐"며 화를 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엉뚱하게 톰 크루즈 칭찬을 했습니다. 예전의 동료인 발 킬머가 암에 걸린 걸 보고 '탑건: 매버릭'에 서 가장 영예로운 역을 맡겼다는 거죠. 그 얘길 하다 프랑스 파리에 가서 짐 모리슨 묘지 갔던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거기 '아르센 뤼팽 시리즈'를 쓴 국민작가 모리스 르블랑 묘도 있고 쇼팽 묘지도 있다면서요.
1960년대가 중요한 이유는 지구 역사 최초로 '청년문화'라는 게 시작된 시기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하다가 코플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옥'에 나오는 도어스의 'The End'라는 곡을 들었습니다. 그 장면에 나오는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찰리 쉰의 아버지인 마틴 쉰이라는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죠.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뉴욕 영화학교에서 시작된 코플라의 영화 세계를 얘기하다가 그와 동기동창이었던 하길종 감독 얘기를 할 땐 잠시 숙연해졌습니다.
오동진 기자와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친한 사이이면서도 틈만 나면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오동진 기자가 궁금한 게 생기면 챗GPT 이용하듯 김태훈 팝칼럼니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든지 영화제 사회를 부탁하면서 출연료 얘기를 안 한다든지 하는 걸 폭로하면 오동진 기자는 김팝이 예전에 뭔가 '비밀스러운' 취미나 일을 한 게 아니냐 하는 식으로 음모론을 펴는 식이었습니다. 워낙 박학다식한 분들이라 그런 헐뜯음에서도 서로의 공력이 얼핏 얼핏 보였는데, 예를 들면 김태훈 팝칼럼니스트가 음모론 얘기를 하며 영화 '컨스피러시'의 멜 깁슨의 대사 "Greatful Dead 걔네들이 왜 맨날 순회공연을 하는 줄 알아? 정보 수집하려고." 같은 걸 줄줄 외우는 식입니다.
엘비스 얘기가 나오자 오동진 기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그는 존 레넌의 말 "엘비스 이전엔 아무것도 없었다"를 예로 들며 비틀즈 이전의 엘비스의 영광과 그가 70년대에 호텔 갇혀 지낼 때 부른 노래 'lf i can dream'을 틀었습니다. 왠지 70년대 남진의 쇼쇼쇼 무대를 보는 것 같아 조금 서글펐습니다. 김팝이 바즈 루어만의'엘비스' 얘기를 하며 엘비스의 매니저 톰 파커가 마피아라는 소문이 있었다는 얘기를 했고 타란티노가 시나리오를 썼던 영화 '트루 로맨스'에서 발 킬머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뒷모습으로 나왔다는 얘기를 함으로써 박학다식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외에도 '광란의 사랑'에 나온 니콜라스 케이지 이야기, '이지 라이더'의 피터 폰다 이야기, 테이크 댓 멤버로 출발했던 뮤지션 로비 윌리엄스 이야기 등이 줄줄이 이어졌지만 여기서 그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차 안에서 이 후기를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는데 이제 거의 내릴 때가 되었거든요. 아무튼 영화와 음악에 대한 깨알지식과 유머가 어우러진 흐뭇한 토크를 열어주신 오동진, 김태훈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