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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귀

도그지어에 대한 고찰

by 편성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니라면 보통 책을 읽을 때 줄을 치거나 메모를 해놓는 편인데 그러지 못한 상황에서는(지금처럼 기차 안에서 읽는다든지) 내 책이라도 줄은 못 치고 도그지어 표시만 해놓는다. 왜냐하면 나중에 '내가 이 페이지를 왜 접었을까?'를 생각하며 다시 읽어 보기 때문이다. 반드시 다시 읽어 보아야 한다.

그때 바빠서 빠르게 책장을 넘기면 내가 왜 표시를 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조금 천천히 읽어 보면 그때 어떤 의도로 귀퉁이를 접어놨는지 이유를 알게 된다. 거의, 반드시.


*오늘의 상식

도그지어(dog-ear) : 책 페이지를 삼각형 모양으로 접어 표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접힌 모양이 강아지의 늘어진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17세기 중반부터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책을 접어가며 읽는 독자를 “진정한 독자”라고 말한 적이 있다. 반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책에 줄 긋기나 페이지 접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기억에 의존해 다시 그 페이지를 찾는 과정 자체를 즐긴단다. 하루키는 좀 변태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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