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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호감을 호감으로 바꾼 북토크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탑골작은도서관 북토크

by 편성준


도서관에서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로 작가와의 대화를 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어제 낮 1시에 안국역 근처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안에 있는 탑골작은도서관으로 갔습니다. 행사 담당관인 정두혁 대리는 제 책을 읽고 북토크를 부탁할 마음을 먹었다면서 '삶의 여유와 균형을 찾는 방법‘ 등을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현장에 제 책이 한 권도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정말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영풍문고에 들러 책을 한 권 사갔는데 그것은 기우였습니다. 객석에서는 벌써 제 책을 읽고 "사서 읽어봤는데 글이 아주 맛깔나더라고..." 하며 친구와 얘기하는 분이 있었으니까요.


1시부터 시작된 작가와의 대화에서 저는 '쉬는 것과 노는 것의 차이'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할수록 인생은 재밌어진다면서 '월조회'부터 '보령에서 집을 고쳐보령'까지 쓸데없어 보이지만 저를 지탱해 준 여러 가지 인생 행각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남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것과 자신이 주도적으로 하는 일이 얼마나 다른 지에 대해서도 얘기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호기심과 질문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츠타야 서점 같은 경우엔 "왜 서점에 책만 있어야 하지?"라는 질문으로 탄생한 문화공간이기에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을 표방할 수 있었죠. 최근에 읽은 에드워드 리의 『버터밀크 그래피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사람과 음식, 감정에 대해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관찰하는 과정이 새로운 요리와 글로 이어진다."라고 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에 대해 이런저런 예를 들어 설명하고 사물을 소재로 글을 쓰는 방법을 얘기하느라 제가 쓴 글들을 읽어 드렸더니 청중들의 얼굴이 밝아졌습니다. 한 여성 참여자는 "부부가 둘 다 놀고 있다고 해서 사실 약간 반감이 있었는데(잘 난 척하는구나 하고), 와서 강의를 듣고 나니까 호감으로 변했어요."라며 웃었습니다. 제가 얘기할 때마다 "그렇지, 응. 응..." 하며 계속 추임새를 넣던 신사분도 있었습니다. 질의응답까지 모두 끝나자 정두혁 대리가 나와 "정말 너무 재밌어서 90분이 쏜살 같이 지나갔네요. 작가님이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오늘 돌아가서 제 책을 모두 사서 읽겠노라 다짐하는 분도 있었고, 책을 내고 싶은데 나중에 연락을 해도 되겠느냐 묻는 분도 있었습니다. 명함을 달라는 분이 많았는데 명함집에 명함이 다섯 장밖에 없어서 더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뿌듯한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와 종로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정두혁 대리가 전화를 했더군요. 제가 USB를 노트북에 꽂아 놓고 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하, 요즘은 이러는 일이 좀처럼 없는데."라고 자체 쉴드를 쳤습니다만 정 대리는 믿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만. USB를 찾아 다시 종로 쪽으로 걷고 있는데 불교방송국의 박광렬 PD가 카톡으로 제 강연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깜짝 놀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요원에게 사진을 전달받아 바로 전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기가 막혔습니다. 자나 깨나 주변을 살피고 살아야겠습니다.


저녁엔 종로의 북살롱 오티움에서 열린 김민식 PD의 『월급 절반을 재태크하라』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의 책 북토크에 참여했는데, 그건 나중에 써야겠습니다. 참고로 이 북토크도 무척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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