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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사장님의 세심한 마음

부산 서점 크레타의 두루마리 휴지 이야기

by 편성준


보통 영업집에서 화장실에 갈 때 휴지를 달라고 하면 두루마리 화장지를 양껏 뜯어 가거나 통째로 들고 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부산의 서점 크레타에 와서 화장실에 가려고 했더니 두루마리 휴지가 들어있는 에코백을 내주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 ’나, 화장실 가요‘라고 광고를 하며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게 바로 세심한 배려다.


크레타에 와서 강동훈 대표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대표님이 추천하는 김진화의 <나는 듯이 가겠습니다>와 안온 작가의 <일인칭 가난> 두 권을 사고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을 적극 추천했다. 강 대표는 지난주에 와서 북토크를 한 김사인 시인의 존경스러운 면모에 대해서도 감탄하며 얘기를 해주었다.


그러는 동안 한 여성 손님이 매대의 책들을 유심히 살피고 견본용으로 놓여있는 내 책 <읽는 기쁨>도 들춰보고 하더니 결국은 한 권도 안 사고 안녕히 계세요, 하고 가버렸다. 나는 좀 어이가 없었는데 워낙 그런 손님이 많은지 강 대표는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크게 인사를 하고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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