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각이다

김태균의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

by 편성준

나의 첫 책과 네 번째 책을 낸 출판사 몽스북의 안지선 대표에게서 연락이 왔다. 작가님, 김태균 작가가 원고를 보내왔는데요...... 이건 작가님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무슨 소린가 하고 안 대표가 보내온 이메일을 열었다.

김태균 작가는 몽스북에서 펴내 베스트셀러가 된(15쇄를 찍었다) 『이제 그냥 즐기려고요』 출판기념회 즈음에 만났다. 아마 내가 아는 연예인 중 가장 성실하고 겸손하면서도 웃기는 사람이 김태균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번에 안 대표가 보내준 새 원고뭉치를 받아보니 일단 글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약간 기가 질리는 기분이었다. 김태균은 성실하게 방송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메모를 하고 끝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천생 '크리에이터'였던 것이다.


원고는 짤막짤막하지만 모두 진심이 담긴 남다른 생각과 통찰의 향연이었다. 돈이나 사업, 동업에 대해 쓴 글도 있었고 사랑하는 마음에 대하여, 부부싸움에 대하여, 심지어 결혼축의금 액수 고민이나 계란말이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마주치는 소재나 삶의 한 장면을 매일 메모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문장으로 만들다 보니 어느덧 김태균의 인생론이었다. 그렇다고 '김태균의 인생론'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 아저씨 같은 마인드 아닌가, 하고 있는데 그런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출판사에서 득달같이 연락이 왔다. 책 제목이 '같이 밥 먹고 싶은 아저씨 되는 법'으로 정해졌으니 나머지 편집을 부탁한다고. 그것도 빨리. 안 대표가 덧붙였다. 김태균 작가가 6월에 신곡을 낸대요. 거기에 맞춰서 우리 책도 내야 해요.

글이 너무 진솔하고 깔끔해서 고칠 것도 없었다. 정말이다. 편집이고 해 봤자 내가 한 일은 김태균 작가가 쓴 글들을 보기 좋게 배열하는 것뿐이었으니까. 나는 그의 글들을 모두 인쇄해 거실에 가득 깔아 놓고 성격이나 톤이 같은 글끼리 묶어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글들에서 훔친 인사이트를 살짝만 돌려 '인생에 매뉴얼은 없어도 경험은 있다' '웃으면서 배우는 게 진짜 배움이다' '개그맨은 웃기는 철학자다' '거꾸로 보면 더 잘 보인다' 같은 소제목들을 붙였다. 놀랍게도 본문은 하나도 손을 대지 않고 목차만 정했는데도 뚝딱 책이 만들어졌다.


어제는 김태균의 신곡 《그래애 행복하니까》 음원 발표와 더불어 마포의 스탠포드호텔에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나도 초대를 받아 보령시립도서관의 '장르문학 읽기 모임' 진행을 일주일 뒤로 미루고 행사 장소로 갔다. 정말로 많은 손님과 지인들이 와서 김태균의 새 책 발간을 축하해 주었고 길게 줄을 서서 저자 사인을 받았다. 오신 분들 드리라고 화장품과 와인을 협찬한 분들도 있었다. 실물로는 나도 어제 처음 접한 책인데 표지도 예쁘고 핸디한 사이즈로 나와 또 한 번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책이 될 것 같다.


나는 무대로 올라가 인사를 하고 김태균이 쓴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약속'이라는 글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김태균은 자신이 진짜로 깊게 느끼고 공감한 얘기 아니면 글로 쓰지 않는 정직한 작가라고 말했다. 인사가 끝나고 또 사인회가 이어졌는데 나중엔 김태균은 사인을 너무 많이 해서 팔이 저리다고 엄살을 부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도 김태균은 가는 곳마다 팔이 부러져라 사인을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을. 아무리 봐도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 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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