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페이스북 친구 요청 명단을 보았습니다
탐 크루즈가
친구를 하자고 한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도
유명 정치인도
요청을 해왔다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돼 보이는 아기도
친구 요청을 했네
너무 황송해서,
그리고 바빠서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페이스북 친구 요청 명단
현재 1,072명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까
내가 모르고 지냈던
이 사람들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았을까
친구 요청 응답 안 한다고
건방지다 까다롭다
여기진 말아 주세요
천천히 할게요
점심 먹고 한숨 돌리다가
저녁에 공원을 산책하다가
스마트폰을 켜고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다가
아, 이 사람은 왠지 나와
통할 것 같군, 이러면서
자기 얼굴 대신
티모시 살라메 사진 올리거나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
올린 분은 패스하면서
좀 기다려 주세요
너무 급하기 가까워지는 건
언제나 후회를 만들더라고요
뭐, 연애하는 것도 아닌데
친구, 천천히 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