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상의 『명상이 나에게』
푸른 눈을 가진 한 스님이 나와 두 개의 무거운 여행 가방을 양손에 들고 오랜 시간 걸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말한다. 실제로 공항에서 겪었던 상황을 떠올려 보니 팔이 아프고 어깨가 빠질 것 같은 고통이 떠오른다. 잠시 후 그는 여행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려준다. 왼손에 들고 있는 것엔 '과거(past)'라는 이름표가, 오른쪽 가방엔 '미래(future)'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다. 구태의연하고 재미도 없는 이 비유가 영상을 바라보던 이근상의 머리를 내리쳤다. 수십 년간의 좋고 나쁜 기억들을 가방에 가득 넣고 들고 다니는 것은 물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온갖 염려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가방까지 양손에 들고 다녔던 자신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영국 출신으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태국으로 건너가 23세에 귀의한 명상의 대가인 그 스님은 그걸 다 내려놓는 상상을 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척추를 펴고 똑바로 서서 편안한 순간을 느끼는 모습을 상상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인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즉 현재를 편안하게 즐기시라."
몽스북에서 새로 시작한 시리즈인 이 책 『명상이 나에게』는 부정맥 판정을 받고 '앞으로 술은 한 방울도 안 되고 커피도 끊으라'는 청천벽력 같은 처방을 받은 이근상 저자(웰콤의 부사장이었고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낸 바로 그 사람)가 명상을 하려고 했으나 명상을 배우면 부록처럼 따라오는 요가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유튜브를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한 영상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나도 사실 명상에 별 관심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 설득적으로 글을 써오는 사람을 만나면 '명상적 상태'에 대해서라도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 배달되어 온 이 얇은 책을 아침에 일어나 열어보게 된 행운을 자랑하려고 일단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다.
마음이란 결국 뇌의 활동이다. 뇌가 건강하고 편안한 상태면 아이디어도 잘 나오고 뭐든 긍정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피곤한 뇌의 상태에서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판단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니까 당신의 상사나 길에서 만난 '행인3'이 이유 없이 짜증을 부리거나 생X랄을 하는 건 전날 잠을 설쳤거나 뇌가 쉬지 못했다는 증거다. 그러나 뇌에는 'OFF' 스위치가 없어서 쉴 수가 없다. 다만 좀 덜 사용할 수는 있다. 사고 기능 대신 인지 기능을 작동시키는 것인데, 그게 바로 명상의 원리이기도 하다.
자, 여기까지는 책 소개를 위한 잡설이고, 이 책을 아주 작고 얇으니 얼른 사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몽스북에서는 이 책을 시작으로 'OO가 나에게' 시리즈를 계속 낼 생각이라고 한다. 비밀인데, 내 아내 윤혜자도 이 시리즈의 한 권을 내기로 했으니 기대해 봐야겠다. 아, 이렇게 얘기하면 비밀이 아니구나. 미안해, 여보. 얼른 써. 내가 열 권 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