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해 줘서 고마워요"

편성준 작가의 『책이 되는 글쓰기』 특강 간단 후기

by 편성준


5주 동안 진행된 이번 글쓰기 특강 주제는 '책이 되는 글쓰기'였습니다. 설마 5주 만에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나 생각은 없었지만 '하루하루는 기분이고 일생은 컨셉이다'라는 말이 있듯 책을 쓸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면 적어도 인생 컨셉은 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날이 너무 덥고 정치적 격변기인 데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발행되어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한 시기라 수강생 모집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두 군데에 거의 매일 내용을 바꿔가면서 모집 공고를 올렸습니다. 결과 총 여덟 분이 신청을 했고 2025년 7월 1일 저녁 8시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줌 화면 앞에 앉았습니다.


대기업에서 HR업무를 오래 하는 한편 인문학적 지식을 섭렵하신 분이 있었고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보이다 IT회사를 창업한 분도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디자이너로 계속 일하다 처음으로 쉬는 시간을 갖는 분도 있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도 있었고 취미로 공부한 명리학에 대한 책을 내고 싶어 하는 분도 있었죠. 가난과 가정 폭력으로 그늘진 삶을 살다가 과감히 떨치고 나와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분도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장편 소설을 여러 권 출간한 작가도 계셨죠. 장편소설을 쓰는 분이지만 에세이는 또 다른 경지의 글이라 생각해서 오셨다는 각오와 소감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이렇게 다채로운 분들이 모여 매주 화요일 저녁에 두 시간씩 제 얼굴만 쳐다보고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처음엔 맞춤법이니 띄어쓰기가 처참할 정도였습니다. 제목에 마침표를 찍는 분이 태반이었고 A4지 반 장 좀 넘게 쓰리고 했는데 두 페이지가 넘게 필력을 자랑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회차가 지날수록 실력이 좋아지고 생각이 가지런해지는 게 보였습니다. 저는 수강생들이 써온 글을 반은 본인이 소리 내 읽게 하고 반은 제가 소리 내서 읽는데 그걸 듣는 순간만큼은 본인도 도반(?)들도 모두 진지하고 너그러워졌습니다. 똑같은 주제로 각자 글을 써보는 것도, 자신의 초고를 누군가와 함께 공유하는 것도 처음인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동의 공상균 작가의 추천으로 오신 분이 있었고 강원국 작가와 직장 동료였던 분도 있었습니다. 신기한 건 명리학의 대가 '초코명리' 선생이 추천해서 오신 분도 계셨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우연히 저의 이름을 들으셨던 거겠죠. 아무튼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 강의 시간에는 '이제 정기적으로 글을 써 볼 결심을 했다'는 분들이 여러 분 계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강연을 들은 덕분에 삶의 방향성이 분명해졌다는 말씀도 뿌듯했고 특히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을 알게 해 줘서 고맙다는 말씀은 제 마음에 날개를 달아 주었습니다. 저는 책이든 강연이든 예술작품이든 그걸 만나기 전과 후는 무조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주 강연이 끝나자마자 다음 강연은 좀 더 효율적으로 이끌어 가면서도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돌아보려 하는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제가 하는 강연은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되어야 함은 물론 저의 발전에도 중요한 자양분이 되어야 하니까요. 제게 오셔서 5주 간 경험과 반성의 시간을 더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제가 만날 당신의 멋진 글과 책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티끌 티끌 티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