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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 티끌 티끌

글쓰기를 위한 작고 사소한 팁

by 편성준


내가 어디선가 할머니들의 글을 뽑는 심사위원을 하고 심사료를 십만 원밖에 못 받았다고 투덜대자 아내가 "티끌 모아 태산이야."라고 말했다. 아내에게 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글쓰기가 그렇다. 매일 메모해 놓은 게 있어서 첫 책을 쓸 수 있었고 글쓰기에 관한 내 생각을 담은 책도 쓸 수 있었다.


티끌을 보고 산을 상상하는 건 도인이나 하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냥 바보 같이 티끌을 모아볼 일이다. 우공이산, 어리석은 자가 산을 옮긴다고 했다. 똑똑한 애들은 "그거 모아봤자 산 안 된다"라고 비웃으며 해변 의자에 앉아 피나콜라다 마실 때 우리 어리석은 애들은 오늘도 미련하게 티끌이나 모아보자. 어리석은 사람 여기 붙어라. 티끌처럼 붙어서 함께 티끌을 쌓아보자. 그러고 보니 태어나서 티끌이라는 단어를 제일 많이 써본 아침이다. 오늘도 티끌 생산에 힘써 보자. 뭉터기는 나한테 안 올 생각인 것 같으니.


#글쓰기 #쓰는자가남는다 #안쓰고생각만하면날아가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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