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

장 르느와르의 영화 《게임의 규칙》을 유튜브로 보다

by 편성준

'게임의 규칙'이라는 말은 정치나 사회 전반에서 너무나 많이 보고 들었던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말의 원전 격인 장 르느와르의 영화 《게임의 규칙》을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어떤 외국 작가 중 장 르느와르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글을 읽고(누구인지는 까먹었습니다) 충동적으로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자막까지 있는 풀버전이 있었습니다. 유튜브 '고전영화'라는 채널에 있습니다.


영화는 어떤 귀족이 자신의 성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토끼 사냥을 벌이고 파티를 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파티에 모인 사람들의 애정 행각이 복잡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프랑스 영화가 세련되었다고 느꼈던 점이 바로 타인의 연애에 대한 '질투 없는 인정'이었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한 상태에서도 다른 애인이 있고 그걸 부부가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습니다. 영화는 여기에 새로 고용된 하인과 하녀의 연애까지 끼워 넣습니다. 하녀도 물론 유부녀입니다. 사냥터지기의 아내죠.


토끼 사냥을 하는 귀족들의 무표정한 권태나 하인들이 기계 취급을 받는 것, 마지막 우발적 살인도 별 것 아닌 것처럼 처리되는 귀족사회의 위선 같은 건 이미 수백 번 봐왔던 테마라 새로울 게 없지만 이 영화가 1930년대 작품임을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고스포드 파크》가 떠오르길래 ChatGPT로 찾아보니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장 르느와르의 이 영화를 좋아해 오마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네요. 그는 “나는 『게임의 규칙』에서 ‘게임의 규칙’을 배웠다”라는 말까지 남겼다고 하니 어지간히 이 영화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르느와르는 《게임의 규칙》에서 컷을 최소화하고, 깊은 초점과 롱테이크, 카메라 이동을 활용해 한 화면 안에 여러 사건을 동시에 배치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배우가 많이 나오는 어수선한 연극을 보고 있는 느낌도 약간 듭니다.


게임의 규칙이라는 말은 1938년에 발표된 하이징아의 《호모 루덴스》에서도 “rules of the game”이라 반복되어 나오며 프랑스에서는 당시 정치권에서 많이 쓰였다고 하니 이 영화 제목도 당신의 유행어를 가져다 쓴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여러 개 읽다가 막상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을 읽고 새삼 감탄했던 것처럼 장 르느와르의 소문만 무성한 영화를 뒤늦게라도 보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당신도 시간 날 때 한 번 찾아보세요. 유튜브 고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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