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의 시 '커피숍에서'를 소개합니다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라는 문장이 들어 있는 김경미 시인의 데뷔작 <비망록>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이 사람 참 걸물이네. 시인이면서 KBS 1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이기도 한 김경미의 시집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를 보령시립도서관에서 빌려와 읽다가 재밌는 구절을 필사했다. 이틀째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거피숍에서>라는 시 전체를 소개한다.
팔이 닿을 듯 가까운 옆 테이블
열아홉 연극배우 지망생이 운다
열아홉 살이나 됐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너무나 한심하고 비참해요 운다
마흔네 살이라는
연극 연출가도 운다
네 나이가 울면 나는 어떡하니 운다
팔이 닿을 듯 가까운 옆 테이블의
낯선 나는 오십 대
나도 운다
너희들이 울면 나는 죽어야겠다
커피숍 안의 다른 사람들도 힘끔대다가
저마다 같이 운다.
내 나이는 죽지도 못해요
커피숍에 들어 오려던 아파트도, 빌딩도
도시도 멈칫하면서 운다
국경도 운다
세상도 운다
대부분 형편없이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