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복 80주년 대기획 조용필 콘서트 <이 순간을 영원히> 감상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 봐~ 그런가 봐~"라는 <고추장자리> 가사가 조용필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열광하던 관객들의 표정은 그것 자체로 감동이요, 스펙터클이었습니다. 어제저녁 KBS 광복 80주년 대기획 조용필 콘서트 <이 순간을 영원히>를 안방에서 아내와 함께 넋을 잃고 보았습니다. 우리나라 가요계의 분수령이 되었던 <창밖의 여자>,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처음 도입했다는 경쾌한 히트곡 <단발머리>, 락 스피릿 충만했던 <자존심>, 다시 들어보니 철학적 가사를 가지고 있었던 <못 찾겠다 꾀꼬리>, 트로트도 조용필이 부르면 다르다는 걸 알게 해 준 <허공>과 <그 겨울의 찻집> 김희갑과 양인자 그리고 조용필이 함께 만들어낸 금자탑 <킬리만자로의 표범>과 <Q> , "우리는 저 노래 한 곡만 불러도 지쳐서 쓰러질 텐데, 조용필은 저런 걸 스무 곡이나 부르네!" 하고 감탄하게 만들었던 <여행을 떠나요>까지 믿어지지 않는 세 시간의 무대였죠.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노래와 연주는 물론 곡마다 어울리는 의상과 춤을 선보인 수많은 젊은 댄서들의 퍼포먼스 역시 기가 막혔습니다.
객석은 열광과 감동으로 흘러넘쳤습니다. 가끔씩 카메라에 잡히는 이승기의 모습은 연예인이 아니라 그냥 조용필의 아우라에 무장해제된 평범한 관객 중 하나일 뿐이었고요. '남편보다 조용필'이라는 미니 현수막을 높이 든 여성 관객의 모습에 배꼽을 잡고 웃다가 정말 일말의 의심도 근심도 없이 너무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며 살짝 눈물도 흘리기를 여러 번이었습니다. 고척돔에 간 사람들이 너무 부럽고 멋있게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KBS의 방송작가님이 이 프로그램을 맡았다고 해서 더 반가웠습니다. 공연을 보면서 조용필처럼 자신의 곡으로만 꽉 채워 필생의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뮤지션이 또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이유? 김동률? 이적? 봄여름가을겨울? 아, 조용필은 비교불가의 뮤지션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목소리도 음악성도 전혀 늙지 않은 현역 가수, 그게 조용필이었습니다.
스티븐 킹이 왜 지금도 낑낑대고 글을 쓸까요? 자신이 오래전에 얘기했든 그는 더 이상 돈 때문에 글을 쓰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호지스 형사' 시리즈 같은 건 세상에 나오지도 못했겠죠. 그가 계속 작업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쓴 글을 읽고 독자들이 놀라거나 무서워하거나 감동하는 것 자체가 무엇보다 재밌고 즐겁기 때문이겠죠. 조용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음악에 사람들이 몸을 싣고 한 순간이라도 시름을 잊는 모습이 너무너무 좋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걸 겁니다. KBS가 오랜만에 멋진 기획을 했네요. 오늘 저녁엔 이 공연의 준비 과정부터 이면까지 밀착 취재한 영상도 대방출한다고 하네요(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특집다큐 그날의 기록) 놓치지 말고 봐야겠습니다.
● KBS 방송 : 2025 광복 80주년 KBS 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 조용필] 특집다큐 ‘그날의 기록’
� 준비부터 D-day까지, 조용필 공연, 무슨 일이 있었나
� 그 날의 관객들, 드라마 같은 인생스토리
� [조용필, 이 순간을 영원히] 공연의 감동을 다큐로 다시 한번!
● 2025년 10월 8일(수) 저녁 8시 KBS 2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