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자와 편성준 두 사람이 함께 했습니다
몇 달 전 전주에 있는 독립서점 '잘익은언어들'에 갔다가 12월 12일에 북토크를 하자고 농담처럼 약속을 했는데 정말 그 12.12가 오고 말았다. 행사는 저녁 일곱 시부터였지만 아내 윤혜자와 나는 낮에 전주로 내려와 이지선 대표와 밥을 먹고 다가여행자도서관, 아중호수도서관 등을 돌아다였다. 전주는 도서관들만 몇 군데 돌아봐도 '문화도시'의 남다른 풍모가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아중호수도서관 음악감상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깔깔거리며 북토크 회의를 했다. 책방에 가서는 요즘은 유명한 작가들도 인원 모집이 힘들다는데...... 하며 걱정을 했는데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 멤버가 네 명이나 와줘서 고맙고도 감격스러웠다. 서울이나 진주에서 전주까지 와서 겨우 북토크나 참여하고 올라간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오기로 했던 김성신 선생은 몸 대신 꽃을 보내왔다.
이지선 대표는 북토크를 하는 이유로 "북토크를 하면 그 핑계로 서점에 한 번 와보는 분들이 생기고, 그 후로 거리감이 없어져 또 오시게 되는 선순환"에 대해 얘기했다. 아울러 5년 전 내 첫 책이 나왔을 때 북토크를 하자고 연락을 했으나 코로나 19 시국 때문에 무산되었던 기억도 새롭게 꺼냈다. 그동안 나는 네 권의 책을 더 썼고 아내 윤혜자도 한 권의 책을 써서 합동 북토크를 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모더레이터로 나선 이 대표가 짜놓은 순서대로 '만나는 기쁨'과 '먹는 기쁨', 그리고 '읽는 기쁨'과 '쓰는 기쁨'에 대해 차례대로 얘기했다. 우리가 우연히 술집에서 만나 사귀기 전 이미 윤혜자가 내 글의 독자였음을 말했고 아내와 나의 길티 플레저인 '이혼숙려캠프' 시청 소감을 빌어 평소의 음식애 대한 생각들도 털어놓았다. 이혼을 앞둔 출연자들이 먹는 음식이나 안주는 대부분 배달 음식인데 그것도 다른 그릇이나 접시에 담지 않고 플라스틱 그릇째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은 물론 자신에 대한 예의도 생략 한 이런 식사는 슬픈 현대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제철 식재료보다 중요한 건 어떤 마음과 태도로 가까운 사람과 식사를 하느냐다, 라는 윤혜자의 말에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책을 읽는 일과 쓰는 일에 대한 생각도 나누었다. 어떤 분이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에 대해 묻길래 그 컨셉과 과정을 설명하면서 메모의 중요성, 책 쓰기와 글쓰기의 다른 점, AI가 쓸 수 있는 글과 사람이 쓰는 글의 다른 점 등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말씀드렸다.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쨌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글을 써야 하고 그러려면 기록을 해야 하는데 메모를 하지 않으면 기억은 날아가버린다. 그리고 메모는 하는 것보다 다시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 거기서 원고가 시작되기 때문이다."라고 내가 말했고 윤혜자는 "책을 쓰고 싶다면 8:2의 법칙을 기억하라."라고 했다. 나는 부부 사이에 싸움이란 성립할 수 없고 남편이 일방적으로 야단을 맞는 관계만 성립한다고 역설했다. 마감인 8시 30분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마음이 급해진 나는 글쓰기에 대한 여러 가지 팁들로 목소리를 높였다. 객석엔 부부가 함께 오신 분도 있고 익산 북토크에서 만났던 최수진 작가님도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아내와 나는 각자 쓴 책에 사인을 해드렸고 공저인 <여보, 나 제주에서 한 달만 살다 올게>에 나란히 서명을 했다. 그리고 '진상이네 술술포차'로 달려가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놀았다. 서울에서 카피라이터를 하다 전주로 내려와 9년째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지선 대표 덕에 누린 호사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