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도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다카노 가즈야키의 소설을 읽다가 든 생각

by 편성준

일본 소설가 다카노 가즈야키의 『건널목의 유령』을 읽고 있다. 주인공 마쓰다가 살인 사건 해결 과정에서 평범한 아주머니 스타일의 영매사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는 마쓰다 뒤에 있는 아내의 혼령을 알아보고는 그녀가 '한평생의 행복을 안고 세상을 떠났다'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죽은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 주질 못했다고 고백하는 마쓰다에게 그녀는 '열심히 일하는 남편, 의심도 다툼도 없는 평온한 가정, 창문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도 기분이 따뜻해지는 나날' 같은 것들이 죽은 아내에게 이승에서의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커플 중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버리면 남아 있는 사람은 슬픔과 후회에 잠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후회가 없는 사람도 간혹은 있지 않을까. 상대방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다 내보였을 경우에는 그렇게 안타깝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남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고, 작은 일도 소중하게 여기며, 사심이나 바람기 없는 언행, 솔직하고 떳떳하게 살려는 노력, 몸에 밴 유머 감각 같은 하찮은 장점들이 아내에게 '좋은 남편'의 기억을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돈이나 지위 같은 세속적 풍요보다 이런 것들이 아내를 더 안심시킨다고 나는 믿는다. 소설에 등장했던 의심도 다툼도 없는 평온한 가정, 비슷한 정치적 성향(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두 사람이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들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언제 한번 이 얘기를 긴 글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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