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대홍수》를 보고
근무시간을 묻는 구직자에게 주당 135시간이라며 사실은 24시간, 일주일이 7일 연속 근무인데 휴식 휴가는 없다고 덧붙인다. 그게 말이 되느냐 되묻는 구직자에게 인터뷰어는 이 직업은 아이 돌봄, 가사, 교육, 감정노동 등 멀티플레이어의 역량을 요하는데 반해 연봉은 '0달러'라는 치명타까지 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직업을 수행하고 있다는 정신 나간 인터뷰어의 말에 구직자들은 자신들이 속았음을 깨닫고 웃거나 심지어 눈물을 흘린다. 그 직업은 다름 아닌 '엄마'였던 것이다. 2014년 바이럴로 널리 알려진 미국 카드회사(생일 축하 카드 등의 종이 카드를 판매하는 회사)의 “The World’s Toughest Job” 캠페인이다. 왜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냐 하면 오늘 넷플릭스에서 호오가 엇갈려 대한민국을 둘로 나누고 있다는 화제작 《대홍수》를 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는 꽤 흥미롭게 보았다. 운석이 떨어져 지구 멸망 직전 대홍수가 일어나고 알고 보니 아이를 낳은 게 아니라 만들어(?) 키우고 있던 연구원 김다미는 미래의 인류 대신 살아갈 신인류를 완성하기 위한 연구소 프로젝트의 마지막 '시험'에 투입된다. 인간이 가진 마음을 이식받아 살아갈 신인류에게 아이의 심리상태는 어느 정도 완성되었고(6살 정도면 적당하다고 봄. 하하. 이 부분은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이 떠오름)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베푸는 엄마의 모성애야말로 '이모션 엔진'의 마지막 퍼즐이라 여기는 게 이 영화의 중심 컨셉 중 하나다. 덕분에 김다미는 진정한 모성애를 학습하기 위해 지겨울 정도로 아이를 잃어버리고 되찾는 동선의 무한 루프를 반복하는 되는데 이 '딥 러닝' 과정에서 과학적 설명은 생략한 채 온갖 클리셰만 난무하기에 이 영화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음 놓고 욕을 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본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영화가 조금 불친절하고(도대체 감정선 정리가 안 되었네) 헷갈리더라도(제목은 재난영화인데 내용은 SF네)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더라도(인간의 신체와 마음을 탑재한 인공인간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인간들이 자기 생명을 버린다고?) 망작이나 대참사라고 잘라 말하는 건 좀 잔인한 일 아닙니까. 나는 그렇게 잘못 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김다미가 뛰어다니고 물속에서 고군분투할 때마다 같은 마음으로 나도 달렸고 박해수가 액션은 물론 딕션도 참 좋은 배우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아역 배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배우 엄마 SNS에 가서 나쁜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다는 글을 읽으니 기가 막혔다.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나. 미래의 신인류에게 탑재하면 안 되는 마음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악평을 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똑똑한 것보다 중요한 건 어진 마음이라는 걸 모르는 똑똑이들. 모성애는 연장하면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천사 미하일이 깨달은 것과 같다.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