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주간 <기획회의>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부희령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은 『구름해석전문가』라는 탁월한 소설집 이후 2년 만에 나온 새 소설집입니다. 부 작가는 ”문학상을 타거나 유명 작가가 되겠다는 기대를 완전히 접고 나니 소설 쓰는데 부담이 없어졌고 시선이 더 바깥으로 향하는 것 같아 좋았다.“라고 인터뷰에서 고백합니다. 한 마디로 어깨에 힘을 빼니 소설 쓰는 게 즐거워지더라는 것이죠.
그의 고백처럼 이번 소설집은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부터 자신의 경험과 허구를 섞어 형식 실험을 해본 작품도 있고 부모 간병 문제, 간병인 이야기, 영화 동아리 후배 이야기, 무명 소설가 이야기를 넘어 제주 4.3항쟁 피해자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인물이나 소재를 다양하게 끌어온 느낌입니다. 그런데도 산만하거나 지겹지 않고 한 편 한 편이 다 의미가 있고 흥미롭게 읽힙니다.
오늘 아침에 《기획회의》에 이 소설집의 리뷰를 써서 보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다음 호에 실리겠죠. 일종의 대체역사물인 「옛 연인을 만나러 가는 일」에 대한 소감을 썼는데 길어서 여기서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전망 좋은 방」은 낯선 곳에서 눈을 뜬 민수가 “영화의 한 장면 같네. 눈을 떠보니 모르는 여자가 옆에 누워 있고.”라고 중얼거리자 여자가 돌아누우며 “모르는 여자 아니죠. 아는 여자죠.”라고 대답하는 장면부터 슬며시 웃음이 배어 나온다는 얘기를 썼습니다. 17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려던 주연이 정신과 페쇄병동에서 창밖을 내다보다가 “고깃집 앞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답다는 걸 처음 알았다.”라는 고백하는 장면은 내면이 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시각이라고도 썼습니다.
「마중」에서는 다섯 딸의 첫 글자를 수우미양가에서 따올 정도로 가부장제적인 아버지를 소개하며 ”수경, 우경, 미경, 양경, 가경이라는 이름은 아들을 기다리다가 내리 나오는 딸을 맞이할 때의 기분을 점수로 표현한 건지도 모른다.“라는 양경의 투덜거림은 곳곳에서 빛나는 ‘부희령표 아이디어’의 증거라고도 썼습니다. 이외에도 「찬투」라는 제목이 ‘반찬 투정’의 준말인 줄 알았다는 한심한 얘기도 썼습니다(사람 이름입니다).
아무튼 부희령 작가의 새 소설집은 엄청 재밌고 문학적 향기도 높으니 당장 구입해서 읽으시고 《기획회의》 다음 호에 실릴 제 리뷰도 시간 나면 읽어 달라는 부탁의 말씀입니다.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