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고 따뜻했던 루리 작가님

보령시립도서관 루리 작가 『나나 올리브에게』북토크

by 편성준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루리 작가님처럼 성실하고 섬세하게 강연록을 미리 작성해서 보내온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긴긴밤』은 60만 권이나 팔리고 연극으로 뮤지컬로 계속 재탄생하고 있는 콘텐츠지만 그걸 쓴 루리 작가는 겸손하고 소탈한 사람이었습니다.


『긴긴밤』을 마지막 하나 남은 수컷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를 보고 구상했던 것처럼 『나나 올리브에게』는 타임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으로 무너지고 부서진 집에 한 노인이 침대에 앉아 턴테이블의 음악을 듣는 사진이었습니다. 루리 작가는 망가지 집에 한사코 머물기를 고집하는 노인의 그 '이상한' 마음을 이해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아빠가 어렸을 때 월급을 모아 샀던 뻐꾸기시계와 신혼 때 집 문틀에 새겼던 키눈금 역시 작품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죠.


감동적인 북토크였습니다. 보령시립도서관 대강당에 모인 100여 명의 청중은 물론 사회를 보던 저 역시 루리 작가님의 따뜻한 마음과 재밌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습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죽는데,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루리 작가는 삶에서 가끔 반짝이는 순간들 때문에 우리가 살아간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이야기가 제일 멋졌습니다.


북토크 시작 전 행사로 서울에서 내려와 낭독 공연을 해준 김늘메 배우, 심우성 배우, 유일한 배우 그리고 오세혁 작가님까지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루리 작가의 북토크에 이어 2026년 4월 30일 목요일 저녁엔 뮤지션이자 책방 주인인 요조 작가가 인문학 강연을 하러 옵니다. 도서관 홈페이지에 가보니 벌써 50명 넘게 참가 신청을 하셨더군요. 당신도 지금 신청하십시오. 강연 제목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게 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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