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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05. 2019

제주 첫날

아내 없이 혼자 제주 한 달 살기 1

지난 토요일, 침을 맞으러 간 한의원 원장님에게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제주도에서 혼자 지내게 되었다고 했더니 “누가 로또에 맞았다고 해도 안 부러운데, 이건 좀 부럽네요”라고 하셨다. 웬일로 “건강해져서 돌아오세요”라고 축복까지 해줬다.


새벽에 일어나 전철 타고 비행기 타고 버스 타고 택시 타서 드디어 제주도의 별장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가방을 풀었다. 오늘은 첫날이니까 천천히 정리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가을부터 쭉 진행하던 프로젝트 클라이언트의 전화를 받았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내일이나 모레까지는 꼼짝 못 하고 일만 해야 한다.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이라 iptime으로 노트북에 인터넷 연결하는 방법을 익혀왔다. 오후 4시까지는 잘 됐었는데 껐다가 다시 해보니 갑자기 안 된다. 무섭다.


동네에 있는 농협에서 쌀을 사려고 했으나 이 농협에선 뭘 팔지 않는단다. 잘못 알았다. 할 수 없이 집 근처 작은 슈퍼에서 쌀 4Kg짜리 한 봉을 12,000원에 샀다.


전기압력밥솥을 켰더니 오디오로 설명을 해준다. “지금부터 맛있는 백미밥을 하겠습니다” “압력을 빼고 있습니다” “밥을 잘 저어 주세요” 이렇게 수다스럽게 외친다.


밥을 먹고 브런치에 들어가 새 매거진 만들기를 시도했다. ‘아내 없이 혼자 제주 한 달 살기’라는 제목을 썼더니 매거진 주소를 쓰란다. 에러가 났다. 겨우 됐다. 태그를 한 개 이상 세 개 이하로 쓰란다. 한글과 영어와 숫자를 섞어 쓰라는둥 뭔가 알아듣기 힘든 요구 사항이 많아 한참을 헤맸다. 열 번은 틀린 모양이다. 왜인진 모르지만 얼떨결에 매거진이 만들어져서 들어와 첫 번째 제주 일기를 쓴다.


TV가 없는 곳이라 다행이다. 일이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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