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를 하면서 든 생각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면도를 하면서 도대체 나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매일 이렇게 면도를 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요즘은 거의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지내면서도 면도를 매일 한다. 제주에 내려오면서 재미로 턱수염을 길러 보기로 했고 그래서 요즘은 콧수염만 깎고 있는데 워낙 수염이 잘 자라지 않는 체질이라 별로 효과가 없다. 그나마 기른 수염도 서울 올라가기 전에 다 밀어버리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얼굴 윤곽선 전체에 구레나룻이 무성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부럽다. 수염이 너무 잘 자라서 하룻밤만 지나도 얼굴이 덥수룩해진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을 보면 금고에 돈이 넘쳐서 괴롭다며 금고를 큰 거로 바꿔야 하나 고민하는 놈들 같아서 약간 얄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