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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Nov 24. 2019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내 없이 제주에서 한 달 살기 15

제주일기를 쓰려고 오늘 있었던 일을 메모하다가 잠깐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구하라 씨가 사망했다는 속보가 떴다. 설리에 이어 구하라까지.


세상에 가장 쓸 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건 그것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가부장제 사회와 비뚤어진 성의식, 반인권적 태도와 옐로 저널리즘까지. 구하라는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힘든 일을 겪었던 사람이다. 분노가 치민다.


오늘은 도저히 시시콜콜한 일기를 쓸 수 없다. 대신에 아까 생각났다가 에버노트에 묻어놓으려 했던 '배우'에 대한 메모로 지금의 심경을 대신한다.

R.I.P 구하라.


<SNS에서 보여지는 나는>

우리는 모두 배우다. 나는 편성준을 연기하고 윤혜자는 윤혜자를 연기할 뿐이다. 재밌는 건 의외로 연기가 적성에 맞아 하루 스무 시간씩 나의 역할을 잘 해낸다는 것이다. 그럼 연기를 안 하는 시간엔 뭘 하냐구? 분장실 거울 앞에 앉아 운다. 분장을 지우면서 운다. 왜 이렇게 사는 게 힘드냐고, 왜 이렇게 되는 게 없냐고 한숨을 쉬면서.

그러다 동료 배우가 연기를 마치고 분장실로 들어오면 금새 활짝 웃는다. 아마 내가 없었으면 거울 앞에 앉아 울었을 그도 내 어깨를 치며 활짝 웃는다. 우린 모두 썩 괜찮은 배우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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