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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Dec 26. 2019

웰메이드 계몽영화- <수요기도회>

와챠플레이 단편영화

와챠플레이 단편영화 부문에 있다.

수요일이면 어느 가정집 거실에 모여 앉아 기도회를 하고 끝나면 고스톱을 치는 아줌마들이 있다. 기도하면서 새어 나오던 아멘, 이라는 추임새는 화투장을 내려치면서도 흘러나온다. 고도리를 해서 돈을 따가는 아줌마에겐 “오늘 은혜받았네”라며 축하도 해준다. 말끝마다 붙는 아멘이란 소리는 이창동의 [박하사탕]에서 기도하면서 아버지 하나님, 을 외치던 김여진이 생각나게도 한다.

이 모임에 화장품 방문판매원 헤라를 따라와 잔심부름이나 해주고 국수도 삶아주던 순진한 소연이 어느 날 재미로 화투장을 한 번 잡는다. 소연은 알고 보니 화투에 소질이 있다. 나중에 사라진 소연을 찾아 나선 헤라에게 브로커가 말한다. “걔가 의외로 승부욕이 있더라고. 지 남편 보험금에 사채에 꽁지돈까지...” 뻔한 소재인데도 연출이 좋아서 그런지 빈틈이 없고 흥미진진하다. 어제 와챠플레이에서 봤던 <수요기도회>라는 단편영화 얘기다.

주인공은 김새벽이다. [벌새]에서 보여주던 범상치 않은 존재감은 이 영화에서도 이미 빛이 난다. 서정연, 김새벽 등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촬영도 완전 웰메이드의 냄새가 난다. 25분의 러닝 타임이 다 지나고 엔딩 크레딧을 살펴보니 제작과 배급이 ‘한국도박문제연구센터’다. 도박의 폐해를 알리는 홍보영화가 이렇게 고퀄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사용자 평을 읽어보니 도박 근절 공모전 출품작이었단다. 일단 몰입감이 대단하다. 유튜브에서 ‘수요기도회’를 검색하면 누구나 볼 수 있다고 하니 한 번 찾아보시기 바란다. 연기, 시나리오 모두 탄탄하다. 마지막 반전도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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