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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05. 2020

2020년의 성공에 대하여

그랜저 광고를 보고 느낀 점들

동창들이 모인 자리에서 친구에게  "너 승진했다며? 차 안 바꿔?"라고 묻자 슬쩍 새로 나온 그랜저를 인서트로 보여주고 "굳이... 회사에서 차 나오는데, 뭐. 오늘 내가 살게."라고 답하는 여자 동기. 질문을 했던 여자는 대뜸 동기에게 “언니~!”라고 외친다. 이 광고는 메시지가 놀랍도록 속물적인데 반해 각 시리즈의 연기나 연출이 너무 뛰어나서 더 화가 나는 광고다. 시리즈 중 다른 편에선 유튜브로 성공한 아들이 고향으로 내려오자 아들은 안중에도 없이 차 앞으로 달려가 춤을 추며 기뻐하는 어머니가 나오고 또 다른 편에선 승진을 해서 예전보다 학교에 자주 오는 아빠에게 아들이 "아빠, 회사에서 짤렸어?"라고 묻기도 한다. 나는 이 모든 메시지들이 너무나 불편하다. 그런데  이 캠페인 덕분에 자동차 매출이 늘었다는 소릴 듣고 나니 내가 철 모르는 놈이란 기분이 들어 씁쓸하기만 하다.
처음엔 이 광고를 보고 "에이, 요즘 누가 그랜져 탄다고 부러워하냐?"라며 웃었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이 광고 제작을 맡았더라도 이런 방향으로 진행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광고주가 '성공'이라는 키워드를 원하는데 제작사 따위가 뭐라고 할 것인가. 다만 그 성공이 그랜져라는 물성과 결합을 하자 메시지는 아주 얄팍해져 버렸다. 이 캠페인의 제목이 ‘2020년 성공에 대하여'다. 광고는 잘 만들었고 캠페인도 성공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싶어 진다. 우리가 지금 바라는 성공은 그저 이런 건가. 우리는 왜 이렇게 소박해졌나. 왜 이렇게 얄팍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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