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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13. 2020

법적으로 부부 7년

오늘의 일기

오늘은 우리 부부가 혼인신고를 한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결혼식을 앞두고 아내가 웬일인지 혼인신고부터 하자고 해서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날 유난히 날이 추워 아내가 시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밍크코트와 밍크 모자를 쓰고 갔었는데 구청 근처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던 후배 윤보라가 밍크가 너무 구식이라 우리가 창피하다며 아는 척을 안 하는 바람에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오늘 아내가 그래도 법적으로 부부가 된 날인데 그냥 지나가기 싫다고 해서 동네 식당에 가서 주꾸미 안주에 소주를 마셨다. 주인아줌마가 바쁠 때는 그냥 알아서 소주를 가져가 마시고 나중에 몇 병 마셨는지 얘기만 해도 된다고 하며 웃으셨다. 나는 계산을 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다시 신용카드를 내밀며 계산을 하겠다고 해서 아내와 사장님의 걱정을 샀다. 전철역 근처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 운전사 아저씨가 아무것도 아닌 일에 공연히 화를 내는 바람에 우리도 같이 화를 냈다. 택시 운전사 아저씨들의 불친절과 꼰대 정신은 정말 심각하다.

나는 7년 간 우리가 크게 싸우지 않은 게 꼭 좋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존중하고 사는 건 훌륭한 것 같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아내는 자리에 누워 TV를 보다가 발을 주물러 달라고 했다. 갑자기 발이 저린다는 것이었다. 나는 아내의 발을 주무르면서 결혼 신고 7년 기념일 마지막 장면이 이렇게 사소한 일로 끝나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잔다. 나도 얼른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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