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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06. 2020

오동진·표창원과 함께 본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 GV 참가 메모

오동진 기자가 담벼락에 표창원 의원과 함께 영화 [남산의 부장들] GV를 한다는 얘기를 올렸길래 뒤늦게 참석하고 싶다는 댓글을 올렸다. 며칠 전에 올라온 공지사항이라 늦어서 안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흔쾌히 와도 된다는 오동진 기자의 댓글이 달렸다. 어제저녁에 행사 장소인 CGV압구정 신관 2관으로 갔다. 6시 20분쯤 가보니 행사 부스에 앉아 있던 여자분께서 친절하게 내 이름을 확인하고 가장 좋은 자리로 드릴게요, 라며 객석 중간 가운데 자리가 적힌 표를 내주었다. 이렇게 번듯한 극장에서 열리는 영화 행사가 무료라는 게 얼른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남산의 부장들은 개봉한 지 며칠 만에 챙겨봤던 영화지만 새로운 기분으로 흥미롭게 감상했다. 객석은 거의 다 차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오동진 기자와 표창원 의원이 나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행사를 시작했다.

오동진 기자는 이 영화에 대해 혹자는 너무 나열식이라거나 좌파적이라는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느끼기로는 구성은 물론 촬영이나 영화음악까지(조영욱 감독이었단다) 모두 뛰어났다는 소감을 얘기했고 특히 김재규가 10.26을 일으키기까지 드라마에서 나타나는 '근인(직접적인 원인)'들이 사건 전 40여 일 속에 잘 표현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범죄심리학자 출신인 표창원 의원은 '어떤 범죄든 사전에 완벽하게 계획되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를 하며 김재규의 박 대통령 시해 사건 역시도 그런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를 했다. 인간은 '완벽하게 불완전한 존재'라고 했던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의 표현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오동진 기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유신 체제 인사들이 폭압적이고 안 좋은 면들도 많았지만 어느 면에서는 애국자였음이 분명하고 다만 너무 오래 권력을 유지하면서 균열이 생겼고, 특히 마지막 부마항쟁 때는 정말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김재규가 그걸 막은 것이라 봐도 된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했다.

그 밖에도 영화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던 박근혜와 최태민 목사에 대한 이야기 등 유신 막바지의 뒷얘기들을 좀 했다. 특히 전두환은 찌질한 도둑놈인데 어부지리로 천하를 얻은 잡놈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 질문을 하는 사람에겐 영화의 원작인 김충식 기자의 책 [남산의 부장들]을 주겠다고 했고 질문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다섯 사람에게만 질문을 받는다고 하길래 나도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서서 '흔히들 10.26은 계획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계획하고 무계획이라고 하기엔 꽤 계획이 서 있었다고들 한다.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 감독이 김재규에 대해 새롭게 제시하는 시각이나 팩트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뚜렷하게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혹시 내가 놓친 게 있다면 말해 줄 수 있느냐?." 는 취지의 질문을 하고 냉큼 책을 받아 챙겼다.  

오동진 기자는 이 영화는 촬영 또한 기가 막힌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등 존 르 까레의 작품을 영화로 만든 토머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작품과 유사한 분위기가 있고 특히 거사를 결심하고 김재규와 박선호 등이 갈래길에서 헤어지는 씬에서 카메라가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너무나 멋졌다고도 말했다. 표창원 의원은 이 사건 이후 우발적으로 수십 명을 살해한 '우 순경 사건'을 예로 들면서 그런 사건에 비해 박 대통령 시해 사건은 전혀 우발적이라 볼 수 없으며 분명히 지향하는 바가 있었고 그것은 더 많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심정일 수도 있었다는 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짧은 GV가 끝나고 많은 박수와 함께 행사가 끝났다. 나는 왼쪽 입구로 나가려다가 오른쪽 입구 앞에서 관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오동진 기자에게 가서 "인사나 드리려구요.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오동진 기자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고마운 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오늘 질문을 해서 책을 탔다'라고 말하며 두꺼운 책을 가방에서 꺼냈더니 아내는 며칠 전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님을 만났는데 이 책이 요즘 메디치의 베스트셀러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며 깔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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