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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15. 2020

함께 극장에 간 사람과 더 가까워지게 만드는 영화

작은 아씨들

SNS의 힘은 놀랍다. 자신의 글을 비난하는 프레드리히에게 “우린 이제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에요. 다시는 얼굴 마주치는 일도 없을 거고요.”라고 조가 외치자 나는 ‘아, 프레드리히가 조에게 블락을 당했네.’라고 생각했으니까. 요즘 내가 얼마나 SNS에 모든 걸 대입하고 사는지 깨닫고 헛웃음이 나왔다.

영화 [작은 아씨들]을 토요일 조조로 보았다. 시얼샤 로넌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이 그레타 거윅의 따뜻한 시나리오 안에서 빛났고 19세기의 의상과 거리의 풍경, 클래시컬한 음악 등이 영화의 품격을 더해 주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선한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을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내와 나는 베스와 조가 바닷가에 앉아 있는 장면부터 시작해 여러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조가 집에서 밤을 새워가며 ‘작은 아씨들’의 초고를 쓰는 장면은 스펙터클하고 아름답다. 생각해 보니 나는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도 워싱턴 헤럴드의 기자 조이 반스가 자신의 집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밤새 기사를 작성하던 모습이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마지막 즈음 비 오는 밤에 마차를 타고 달려가 역에서 웃으며 내려 프레드리히에게 달려가는 조의 모습에서 시얼샤 로넌이라는 배우가 가진 힘을 느꼈다. 인간 구성원들 간의 따뜻함을 강조한 내용이면서도 당시 여성들에게 결혼과 재산, 자아실현 등의 상관관계를 꽤 진보적인 시각으로 짚어본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조가 편집자와 이야기를 하며 소설의 저작권은 자신이 소유하고 인세를 6.6%까지 협상하는 장면이 뿌듯했다.


엠마 왓슨은 이제 나이가 들어 조금 시들한 반면 시얼샤 로넌을 그야말로 펄펄 난다. 요즘 핫한 배우 티모시 살라메의 풋풋함도 좋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에서 나오면 함께 영화를 봤던 사람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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