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딜리버리]
몇 년 전 초연에 이어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를 두 번째로 관람했다. 아내는 세 번째 관람인데도 중간에 하리가 노래할 때 또 눈물을 글썽였다. 그만큼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이다. 한물 간 인기 가수 정사랑과 그의 절친이자 게이인 라라, 그리고 우연히 길에서 부딪혀 함께 살게 된 가출 청소년 강하리 등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펼쳐진다(더구나 하리는 고등학생인데 임신 중이다). 오늘은 오미영 작가의 원작을 각색까지 한 유정민 배우 버전 대신 전수미 캐스팅으로 보았는데 첫 번째 공연보다 플롯이 심플하게 정리되었고 가족이나 인생, 관계에 대한 메시지도 더 분명해졌다.
전수미, 김지윤, 윤성원 캐스팅이 유정민과 다른 점은 연극보다 뮤지컬의 느낌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전수미의 노련한 액션과 보컬, 신인인 김지윤의 패기는 놀라웠다. 세 배우가 단 한 번도 무대에서 내려가지 않고 스토리를 이어가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는 연출도 좋았다. 대학로에 있는 극장에서 보았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거의 모든 관객이 마스크를 쓰고 관람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이 들어서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우리와 함께 공연을 보았던 오진이 본부장님은 "이런 때일수록 움츠려 있지만 말고 밖으로 나와 마스크를 쓰고라도 공연과 전시를 보고 해야 정신적인 면역력이 더 생길 텐데..." 라며 현 실정을 안타까워했다.
아내와 나는 돌아오는 길에 극단 측에서 공연 직전 객석에서 마스크를 쓰고 앉아있는 관객들 단체사진을 찍은 뒤 공연이 끝나고 나갈 때 프린트되어 벽에 걸린 대형 사진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월리를 찾아서처럼) 펜으로 표시를 하고 SNS에 태그를 하게 하는 이벤트를 벌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얘기했다. 마스크를 쓴 얼굴은 자신이 아니면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재미가 있고, 또 위기가 기회라는 말도 있는데 지금이 아니면 이런 건 절대로 할 수 없는 스페셜 이벤트요 '스페셜 딜리버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서였다.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3월 말까지 쉬지 않고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