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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Feb 23. 2020

문학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카타르시스

권여선의 <손톱>

권여선의 신작 소설집 [아직 멀었다는 말] 중 <손톱>이라는 작품은 너무 슬프다. 그런데 이건 눈물이 나게 슬픈 게 아니라 가슴이 저릿저릿하게 슬프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연이어 배신을 당하고 홀로 살아가는 주인공 소희가 그래도 어떻게 해보려고 돈 갚을 계산을 해가며 꾸역꾸역 전철과 통근차를 갈아타는 모습이 서럽고, 다친 손톱도 치료비 생각에 이 병원에 다시 오지 말아야지 결심하는 장면에 부아가 나고, 언니가 엄마에게 보낸 원망과 기대가 교차하는 맞춤법 안 맞는 문자 메시지도 서글프다. 김훈의 <영자>나 권여선의 <손톱>처럼 도저히 저항이 불가능한 젊은 날의 가난을 다룬 소설들은 역설적으로 글을 너무 잘 쓰는 작가들의 역작이라 아프면서도 기쁘게 읽힌다. 문학이 아니고는 맛보기 힘든 복잡한 카타르시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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