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커피숍에서 나눈 대화
서류를 뗄 일이 있어 아내와 주민센터에 갔다가 오랜만에 동네 커피숍 '일상'에 들러서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년에 졸지에 회사를 그만둬 소속이 없어진 나는 문득문득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듯한 마음이 드는데 그것에 대한 문제점이나 해결책을 잘 알면서도 막상 넘어서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 매일 계속해서 뭔가를 읽고 쓰고는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것은 시시때때로 절망을 안긴다. 그러나 미련스럽더라도 계속해보는 수밖에 없다. 나도 다른 사람도 내가 어떤 걸 해낼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아내는 우리가 처음 성북동으로 이사 올 때도 지금처럼 혼란스럽고 괴로웠다는 얘기를 했다. 이사라는 건 늘 느닷없이 계획하게 되고 자금 또한 언제나 모자라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결혼 전 우리 둘이 살림을 합쳐 성수동 아파트로 처음 들어갈 때도 엄청나게 심란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괴롭지만 우리 두 사람에게 꼭 필요한 시간인 것이다. 사람의 인격이나 사람 사이의 관계는 편하고 충만할 때보다는 뭔가 힘들고 결락이 있을 때 진면목이 더 잘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렇게 심란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19 사태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가 날마다 기승을 부려 국내외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이럴 때 코로나 19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고 믿는다. 당연히 이 상황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어려움 앞에서 '나'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우리'나 '모두'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미 벌어진 일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태를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방향성은 보여도 디테일은 아무도 볼 수 없으며 그 방향성에 따라 디테일은 천만 가지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다. 부디 코로나 19가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고(물리적으로는 잠시 멀어집시다)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