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부자가 무슨 부자냐

공처가의 캘리

by 편성준

친구 놈이 전화를 해서는
넌 돈 스트레스만 빼면
정말 부자 인생이라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돈이 없는데 뭐가 부자냐
이 새끼야
친구를 끊어야 하나?

일제 시대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성북동의 한옥을 샀다. 다행히 지금 살고 있는 '성북동소행성' 때부터 손발을 맞춰 온 임 목수님이 이번에도 일을 맡아 주기로 했고 집주인도 중도금만 지불하면 공사를 할 수 있게 해 줘서 화요일부터 본격적인 수리에 들어갔다. 첫날은 천정과 내부를 살펴보았고 어제오늘은 마당 창고와 벽체 등의 철거 과정이 한창이다. 아내와 나는 갑자기 한옥을 구입하게 된 배경부터 목수님과 함께 한옥을 현대적으로 고치고 입주하기까지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보기로 했다. 그래서 아내도 나도 틈나는 대로 집수리 사진과 글을 브런치에 올리려 하고 있다. 마침 아내가 어제 올린 글이 다음의 '홈&쿠킹'에 노출되는 바람에 우리집 집수리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진 느낌이다. 다들 한옥에서 살고 싶은 로망이 약간씩은 있었는데 우리가 시작을 하니까 응원을 해주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카톡이 울렸다. 오전에 카톡을 해서 '잘 지내지?'라고 묻고는 대답이 없다가 열두 시 직전에 '부럽~'이라는 뜬금없는 대답을 올린 선구의 메시지다. 나는 "야, 카톡 좀 띄엄띄엄하지 마라. 신경만 쓰이게."라고 화를 냈더니 카톡 대신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지내는 모습이 부럽다며 '너는 돈 스트레스만 빼면 정말 부자인 인생'이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야, 너 나 약 올리니. 돈이 없는데 어떻게 부자란 말이냐. 얼굴은 못 생겼지만 미남이란 말이냐. 진짜 친구 끊기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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