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쓰는 순서

도시형 한옥 집수리 5일째

by 편성준


화이트 데이지만 한옥 수리 작업은 계속된다.

게스트룸 화장실 쪽 서까래가 조금 문제란다. 전에 살던 분들이 무리해서 화장실을 확장하는 바람에 서까래가 좀 상해 보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비용 발생이다. 이럴 땐 돈을 쓰는 기본 태도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물론 돈이 많다면야 아무 갈등이 없겠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하니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한다.


아내와 나는 중요한 것부터 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난방, 방음 등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예쁘고 감각적인 것은 그다음이다. 아내는 예쁜 정원을 포기하고 게스트룸 서까래에 자금을 몰아주기로 한다. 기본적인 정원 프레임은 목수님이 만들어주기로 했으니 그제 상담을 했던 마을 조경업체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나중에 꽃과 나무만 필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주방 쪽 벽에 비닐막을 쳐놨길래 물어봤더니 옆집에서 먼지 난다고 항의를 해서 비닐로 막은 것이라고 한다. 월요일까지는 철거가 계속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깎기'가 진행된다. 때 묻은 기둥과 서까래, 대들보 등을 사포로 벗겨내면 또 어떤 아름다움이 나타날까 자못 기대가 된다. 목수님 말에 의하면 먼지가 많이 나는 깎기 작업은 대표적인 3D 직업이라고 한다.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다는 얘기일 것이다.


옆집이 바로 보이게 되어 있던 침실 창은 포기한다. 대신 침실은 최대한 밝고 따뜻한 방으로 만든다. 주방과 거실 등 사무공간 바닥은 최소한 단순하고 깨끗한 재질로 한다. 임 목수님은 마당과 댓돌 근처를 살릴 방법을 계속 고민 중이다.


아내는 '독하다 토요일'에 와서도 평면도를 펴놓고 어떻게 하면 더 딴딴한 집을 만들 수 있을까 머리를 짜낸다. 집수리에는 집념이 필요하다, 라는 문장을 쓰다 보니 집념이 '집에 대한 생각'이 아닐까 하는 착란까지 일어난다. 일요일인 내일은 집 생각에서 좀 벗어나 요즘 연재하고 있는 '짧은 글 쓰기 칼럼'에 집중해야겠다. 마감이 일요일 밤인데 아직 뭘 써야할지 정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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