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목수님의 우문현답

도시형 한옥 집수리 6일째

by 편성준


월요일. 오늘은 철거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현장으로 가보니 골목 쪽으로 문간방을 가리고 있던 블록 벽을 허물어서 집 전체가 시원하게 드러났다. 임 목수임은 "블록 담쌓을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생했을 텐데, 막상 허물기 시작하니까 30분도 안 걸리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제 낮은 담을 치고 그 안에 화단을 조성하면 골목도 밝아지고 집도 훨씬 예뻐질 것이다.


게스트룸 바깥쪽으로 보이는 상한 서까래 세 개를 갈기 위해 목수님이 목재를 구해왔다. 최대한 비슷한 색깔과 재질을 골랐는데 혹시 몰라 여분까지 네 개를 구해왔다고 한다. 마당의 정원 조성 외주를 포기하고 결정한 서까래 보수다. 약간 아쉽기도 하지만 안전이나 집 전체의 조형성을 생각하면 이게 옳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물받이는 동으로 하기로 했다. 조금 비싸더라도 양철보다는 동이 훨씬 더 오래 가고 미려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주방과 거실 바닥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다. 에폭시를 깔면 나중에 갈라지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바닥을 골라내고 미리 미장을 한 뒤 보일러를 돌려 균열을 미리 체크하면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역시 목수님은 늘 해답을 가지고 있다. 아내가 "게스트룸의 욕실과 창고 공간이 나오겠어요?"라고 물으니 "나오겠어요, 가 아니라 나오게 해야죠."라고 대답한다. 아내가 "5월 초까지 집수리를 다 끝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니 "끝나는 날부터 역순으로 계산해서 어떡하든 기간 내에 끝나게 해야죠."라고 말한다. 우문현답이다. 그래도 아내는 신이 났다.

오늘은 기존의 쓸 데 없는 전기 배선도 다 걷어냈다고 한다. 거실 천장에 환기용 실링을 달고 싶다고 했더니 목수님은 한옥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을 거라고 한다. 어차피 한옥은 통풍도 잘 되니까, 라는 소리르 듣고 아내가 "그럼 한 번 다시 생각해 볼게요. 어쨌든 난 달고 싶으니까."라고 건축주 흉내를 내며 돌아섰다. 목수님은 피고용인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오늘은 막걸리나 좀 사다 드릴까요?라고 물으니 목수님이 술 마시면 사고 난다고 손사래를 친다. 하긴 삼겹살집에서도 콜라에 고기만 드시는 분이 낮에 술을 마실 리가 없다. 더구나 오늘은 오후에 일찍 철수한단다. 내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깎기 작업이다. 더러워진 기둥과 서까래 등을 깎아내면 또 어떤 아름다움이 나타날까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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