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내면 새집이 된다

도시형 한옥 집수리 7일째

by 편성준

날이 어둑어둑한 화요일 아침. 오늘은 이른바 '깎이' 첫날이다. 서까래나 대들보를 사포로 문질러내는 것이라 비가 오면 좋다고 한다. 축축할수록 먼지가 안 나니까. 그러나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은 잔뜩 흐리기만 했다.

오전에 임 목수님과 통화를 했는데 오늘 닦이 작업하는 분 둘만 현장에 들어가고 나머지 인원은 쉬니까 목수님은 우리 집으로 올라와서 고장 난 주방 서랍과 휴지걸이 등을 손봐 줄 생각이었다고 한다. 이사 가고 나면 새로 들어와 살 분들을 위해 우리가 요청한 작업이다. 그런데 차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내일모레쯤에나 들러야겠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는 궁금증을 가지고 현장으로 가보았다 집안 전체에 걸쳐 비닐을 치고 작업이 한창이었다. 닦아낸 기둥과 대들보를 보니 새 나무처럼 하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었다. 집 전체를 닦아내고 깎아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목수님 말에 의하면 이것만큼 3D 직업이 없다고 한다 과연 마스크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나무 먼지가 집안에 가득했다.

우리는 마트에 가서 야채를 좀 사고 나오는 길에 동네에 있는 오보록이라는 빵집으로 들어가 인부들에게 드릴 간식을 조금 샀다. 빵집 안엔 마스크를 쓴 노년 남성과 마스크를 쓰지 않은 노년 남성 여덟 명이 앉아 커피를 기다라고 있었다. 목소리들이 어찌나 큰지 가게 전체가 들썩들썩하는 것 같았다. 그분들이 만들어내는 비말들이 허공으로 마구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자꾸 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데, 어쩔 수가 없다. 반성한다.


아내는 스타벅스에 앉아 노트를 펴고 주방 가구를 스케치하느라 정신이 없고 우리 옆 테이블 아줌마 둘은 마음에 안 드는 온갖 인물들을 소환해서 험담을 하고 있다. 내가 피부과에 들렀다가 늦게 와서 자리에 앉은 게 삼십 분은 넘은 것 같은데 계속해서 쉬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 중이시다. 이런 분들을 미래통합당 공천 심사위원으로 추대해야 하는데 여기서 이러고 계시다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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