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한옥 집수리 8일째
"여보, 우린 어쩌다 이런 대책 없는 일을 저질렀을까?"
아내가 어젯밤 자리에 누운 채 내게 말했다. 생각해 보면 아득하기만 하다. 나는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 당장 생계를 꾸려나갈 일만 해도 벅찬 상황인데 아랑곳하지 않고 갑자기 집을 팔질 않나, 한옥을 사질 않나 난리 블루스를 춘 뒤 이젠 또 대대적인 수리까지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 바깥세상은 온통 코로나 19에 휩쓸려 마비되어 있다. 한숨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모르는 사람들은 '쟤들은 로또라도 맞았나 봐...' 하겠지만 그러지 못한 우리는 속이 타들어 간다. 그러나, 그래도, 지금 이걸 하지 않으면 영영 다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우리는 해야 한다.
"여보, 용기를 내자. 그동안 우린 정해진 대로만 살아왔잖아. 남들이 시키는 일만 하며 사는 인생이었지. 힘들고 막연하더라도 이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살아보자."
나는 의연하게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 의연하게 하긴 했는데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
오늘 점심때 파란대문집 이정옥 대표가 와 같이 밥을 먹기로 해서 아내가 나물을 무치고 고기를 조금 구워 상을 차렸다. 이정옥 대표는 고맙게도 지난번에 수리할 한옥의 도면을 그려 주었고 누구보다도 '성북동 소행성 시즌2'를 응원해 주고 있다. 이 대표가 '미나리연근무침'이 너무 맛있다고 감탄을 하며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웠다. 밥을 다 먹고 깎기 작업이 한창인 한옥집으로 내려갔다.
인부 두 분이 대문까지 온통 비닐로 막아놓고 안에서 전동대패 작업을 하고 계셨다. 우리가 들어가자 비닐에 묻은 톱밥들이 온통 옷에 달라붙었다. 바닥엔 톱밥 먼지가 그득했지만 깎아낸 서까래와 기둥들은 묵은 때를 벗고 뽀얀 얼굴로 마당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에게 뭐 드시고 싶은 게 있냐 물었더니 사이다라고 해서 내가 편의점에 가서 사이다를 두 병 사다 드렸다. 더 있고 싶어도 톱밥 먼지가 너무 많아서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나와 이정옥 대표와 헤어졌다. 아내는 거실과 주방 바닥을 에폭시로 할 경우 난방을 하면 유해물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과연 그런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친환경 에폭시' 기사가 떠 있었다. 내일 임 목수님이 집에 오면 같이 의논해 보기로 했다. 물론 친환경 제품을 쓰려면 금액이 올라갈 것이다. 그래도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모든 공사는 안전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