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통하는 목수님과의 작업이 신의 한 수!

도시형 한옥 집수리 9일째

by 편성준

집을 짓거나 고칠 때 가장 고생하는 것 두 가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돈과 사람이다. 돈은 늘 모자라는 거라 은행을 잘 알아보면 되지만 사람은 한 번 마음이 어긋나면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서로 지옥이다. 흔히 건축사나 시행자가 말을 안 들어 속이 썩는다고 하소연을 많이 하는데 이건 거의 다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임정희 목수님을 만난 게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임 목수님과는 이미 4년 전에 '성북동 소행성'을 작업하면서 한 번 합을 맞춰 본 사이인 데다가 이번 공사는 임 목수님의 전공과목인 한옥 프로젝트라 오히려 우리보다 목수님이 더 신이 나서 의욕적으로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가 워낙 돈이 없는 관계로 작품이라고 해봤자 예술적으로 매끈하거나 화려한 건물이 되지는 못할 것이지만 '도시형 한옥'이 지니는 본질적 가치나 그 확장성을 유연하게 시험해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침에 임 목수님이 집으로 왔다. 며칠 전부터 우리가 이사 가기 전 다음 거주자를 위해 씽크대 서랍이나 거실 조명, 화장실 휴지걸이 등을 수리해 주기 위해 하루 들른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는 방금 아침을 먹은 직후라 내가 앞치마를 두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임 목수님이 나타났다. 아내와 임 목수님이 식탁 앞에 앉아 도면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내가 계속 설거지를 하고 있으니까 아내가 빨리 와서 앉으라고 야단을 쳤다. 할 수 없이 앞치마를 두른 채 식탁 앞에 앉아 셋이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이슈가 되었던 게스트룸의 화장실 크기가 제일 먼저 논의되었다. 임 목수님은 화장실이 좀 작아도 괜찮다 주의이고 아내는 화장실이 너무 작으면 답답해서 못쓴다 주의라 둘이 설전을 벌이다가 결국 임 목수님이 져서 욕실 공간을 바깥쪽으로 조금 더 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다음은 바닥. 에폭시를 할 경우 가열 시 유해물질이 나오는 문제에 대해 목수님도 이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친환경 제품을 쓰기로 한 것이다. 아내가 다른 데 물어보니 새로운 소재를 쓰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했더니 임 목수님은 '공사를 할 때 새로운 것을 쓰는 것은 늘 신중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하나 들려줬다. 예전에 보일러 바닥 파이프를 모두 동으로 하던 시절에 동처럼 생긴 쇠 제품이 나온 적이 있었단다. 쇠 제품이지만 녹도 안 슬고 가격도 저렴해서 업계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사한 파이프가 십 년 되는 해에 동시다발로 다 터져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바닥을 다 까내고 다시 파이프를 까는 수고를 하야 했단다. 아내는 그 얘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폭시는 친환경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한옥이 의외로 수납공간이 적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짐을 줄일 생각이라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지만 그래도 수남 공간은 필요하니 무슨 수가 없겠냐는 게 논점이었다. 그러나 마당에 있던 빨간색 창고 건물을 뜯어내 버린 것은 우리 셋 다 너무 잘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 본체 옆 보일러가 있던 자리나 대문 들어오자마자 있는 공간 위쪽의 선반 설치, 그리고 게스트룸 욕실 위쪽과 세탁기 건조기 공간 위쪽 선반 등등 할 수 있는 곳들을 모두 찾아 오밀조밀하게 공간으로 확보해 보기로 했다. 임 목수님은 서울 시내의 아파트 공사를 하러 다니면서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주었다. 압구정동 같은 데는 한 평에 몇 억 원씩 하는데 그 한 평에 이사 갈 때까지 한 번도 쓰지 않는 짐을 쌓아놓고 사는 집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어리석은 관계로 일 억원이 넘는 공간에 쓸 데 없는 걸 쌓아 놓고도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짐을 최소화 하자, 3년 동안 한 번도 안 풀어본 짐이나 한 번도 안 입은 옷은 무조건 다 버리자.

나는 점심때 미팅이 하나 잡혀서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욕실에 가서 씻고 밖으로 나왔다. 일을 다 마치고 오후 네 시가 넘어 현장으로 가보니 문이 잠겨 있었다. 벌써 일을 마치고 들어가셨나, 하고 문을 밀어보니 안으로 잠가놓은 상태였다. 오늘 바람이 너무 불어서 잠가놓은 것 같았다. 문을 두드려 안으로 들어가 인사를 드렸다. 검은색 파카를 입고 들어갔는데 들어가는 순간 나무 깎아낸 먼지들이 와락 하고 달라붙었다. 온통 비닐을 쳐놓은 먼지 구덩이 속에서 일을 하고 계신 두 분을 보니 괜히 또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뭐 드시고 싶은 게 없느냐, 사이다 사다 드릴까, 하고 물었더니 사이다 하고 단팥빵을 좀 사다 달라고 했다. 나는 오보록 빵집에 가서 단팥빵 두 개를 사고 편의점에 들러 칠성사이다도 두 병을 샀다. 다시 현장으로 가서 단팥빵 어디다 놓을까요? 맛있는 거로 샀어요,라고 생색을 냈더니 거, 아무 데나 놔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수고하시라고 큰 소리로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올라왔다.

아내와 인사를 하고 너무 피곤해서 자리에 누워 새로 사 온 [주군의 여인]이라는 책의 날개를 읽고 있는데 아내가 "순자야, 아저씨는 설거지를 엉터리로 해. 여긴 닦지도 않았네."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다. 내 설거지가 마음에 안 든다고 순자를 통해 간접 비난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오늘은 내가 설거지를 하다가 임 목수님이 오는 바람에 중단했고, 그 후로 집수리 얘기를 하다가 나는 씻고 그대로 외출을 하는 바람에 설거지 마무리를 할 시간이 없었던 것 아닌가. "여보, 오늘은 나 설거지 하다가 중간에 나갔잖아. 정리는 당신이 했을 걸?"이라고 했더니 아내가 "응? 그럼 이건 내가 안 한 거구나. 알았어. 미안해."라고 말했다. 재빨리 기억을 해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억울한 누명을 쓸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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