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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18. 2020

에세이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더군요

김혼비의 글을 읽고 탄성을 지른 이유

요즘 북크루의 에세이 구독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를 구독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소설가나 시인이나 에세이스트나 파워 라이터 등이 합심해서 마감일에 시달려 가며 쓰는 신작 에세이들을 매일 한 편씩, 9주 동안 이메일로 받아 읽는 유료 구독자가 된 것이다(당연하다. 구독료를 냈으니까). 지난 주가 첫 번째 발송일이었고 첫 주제는 '언젠가, 고양이'였는데 놀랍게도 보내온 글들이 두 편 빼고는 다 재미가 없거나 성의가 없어서 매우 실망스러웠다((김*섭 작가와 정*우 작가의 글은 좋았다) 혹시나 해서 글을 다 모아놨다. 다시 읽어봐도 안 좋은가 보려고.


어쨌든 이 글들을 읽으면서 소설가라고 에세이를 잘 쓰는 게 아니구나, 시인이라고 에세이를 잘 쓰는 게 아니구나,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에세이를 잘 쓰는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아니,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번 주 주제인 '언젠가, 작가'를 받아 보았는데 드디어 오늘 저녁 김혼비의 <마트에서 비로소>를 읽고 비로소 환호성을 질렀다. 전작 <아무튼, 술>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혼비의 에세이는 재미있고 유익하다. 어쩌면 유익한 척을 안 해서 더 유익한지 모르겠다. 혹시 할 수 있다면 그가 쓴 '김솔통'에 관한 글을 읽어보시라. 사소한 듯하면서 준엄하고 어깨에 힘을 뺀 듯하면서도 어깨의 잔근육이 느껴지는 에세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말이다. 김혼비와 아는 사이도 아니고 돈을 받은 적도 없는데 이렇게 취향 편향적인 글을 써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죄근 읽은 열 몇 편의 에세이 중엔 김혼비의 것이 제일 좋았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 굳이 이런 코멘트를 남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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