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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21. 2020

연애편지

괴발개발에 얽힌 이야기



아침에 갑자기 ‘과부 땡빚’이라는 말이 궁금해서  <보리 국어 바로 쓰기 사전>을 꺼내 들춰보다가 그건 못 찾고 대신  ‘괴발개발’이 고양이의 발과 개의 발이라는 뜻으로, 아무렇게나 써넣은 모양을 이르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어떤 여자애한테 연애편지를 보내면서 개발새발이라고 쓰고는 영어로는 ‘Dog’s feet, Bird’s feet이라 쓴다’라고 주까지 달았는데(그것조차도 너무 유치한 짓이었지만) 그게 괴발개발의 잘못된 표현이라는 걸 알았을 때 너무 괴로웠지만 그땐 이미 나는 너무 나이가 들어 있었고 그녀는 진작에 딴 남자에게 시집을 가버린 상황이었다.

그런데 오늘 모처럼 사전을 찾아보니 괴발개발 옆에 개발새발이라고도 쓴다고 쓰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상해서 인터넷을 열었더니 이 표현도 얼마 전에 복수 표준어로  인정이 되었고 tvN의 ‘뉴 퀴즈 온 더 블록 2’라는 프로그램에 문제로 출제되어 화제가 되었다는 설명까지 들어 있었다(한 시민이 “괴발개발에 등장하는 개를 제외한 동물은 무엇인가”를 묻는 문제에서 고양이로 정답을 맞혀 상금 200만 원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그렇다면 내가 그동안 그토록 창피해한 것은 말짱 바보짓이었다는 결론이 아닌가. 창숙아, 그때 오빠가 괴발새발 써서 보냈던 편지는 사실 큰 잘못이 없었던 것으로 판명이 되었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돌아오렴... 아, 참 나 결혼했지. 미안하다. 그건 그냥 추억으로 남겨두자. 잘 살아라. 나도 잘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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