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작업을 하는지 묻지 않았다

도시형 한옥 집수리 11일째

by 편성준

월요일 아침, 아내는 전 옆집 총각과 함께 새 집에 필요한 조명이나 집기 등을 살펴보러 일산 이케아 매장으로 갔다. 원래는 나도 같이 갈 계획이었는데 오늘 갑작스럽게 미팅이 하나 잡혀서 아내와 동현만 가게 된 것이다. 나는 집에서 혼자 작업을 조금 하다가 미팅 장소로 가는 길에 공사 현장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공사 현장 골목으로 들어서는데 초로의 신사가 한 분 서 있길래 어설프게 인사를 했더니 "건축주이신가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자신은 뒷집에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공사 시작하는 날 떡을 돌렸는데 뒷집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몰라서 인사를 못 드렸다고 했더니 여기서는 갈 수 없고 큰 골목으로 돌아서 가야 하는 집이라고 했다. 나는 가방에서 명함을 꺼내 건넸고 그분은 지금 명함이 없다고 하면서 자신은 K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소개를 했다. 공대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인데 산학협동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도 하나 가지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기도 한옥에 사는데 아직 수리를 하지 않은 상태라 마침 공사를 벌이고 있는 우리 집에 매일 들러 한옥이 변해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분은 이 동네가 더 예뻐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우리 집이 아주 멋진 공간이 될 것 같다고 말해 주었다.

교수님과 헤어져서 대문 앞에서 일을 하는 김치열 목수님, 오일을 바르고 있는 임정희 목수님 등과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네 분이 일하고 계셨다. 토요일 오후에 김성준 선배와 서촌에 갔던 일을 얘기하니 김성준 씨가 선배예요?라고 묻는다. 학교 선배는 아니고 아는 형의 친구라서 그렇게 부른다고 했더니 그렇구나, 하며 웃는다. 아마 어떤 친분인지 궁금했던 것 같다. 임 목수님은 서촌에서 일할 때 김성준 선배가 완전 터줏대감이었다고 말한다. 어떤 공사장이든 김성준 선배가 꼭 나타나서 인부들이 저 사람은 누군지 정말 궁금해했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더니 김치열 목수님이 그래서 한때는 자기들끼리 김성준 선배를 '북파공작원'이라 부르기도 했다며 크크크 웃었다. 김 선배 덕분에 다들 웃음꽃이 터졌다. 마당에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임 목수님도 공사가 끝나면 마당이 참 이쁠 거라고 말했다.


오늘은 무슨 공사를 하느냐고 묻지 않았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꼬치꼬치 물어 갑 행세를 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어련히 알아서 잘해주실까, 가 나의 기본적인 태도다. 사실은 아내가 이것저것 꼼꼼하게 잘 챙기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다. 나는 "오늘도 수고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저는 일 보러 갈게요."라고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고 임 목수님은 내 등 뒤에 대고 "돈 많이 버세요."라는 덕담을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옥에서 사는 선배가 찾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