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한옥 집수리 12일째
하루 만에 게스트룸에서 밖으로 보이는 네모난 창이 하나 생겼다. 벽이었던 곳에 창을 하나 냈을 뿐인데 집 전체의 인상이 확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신기했다. 예전에 메르세데스 벤츠의 썬루프를 광고할 때 "당신의 가슴에도 창을 하나 내십시오"라는 카피를 썼더니 클라이언트가 좋아하던 기억이 났다. 집에서 벽과 창은 참 다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임정희 목수님은 며칠 때 작은 붓을 들고 다니며 목재에 오일을 바르고 있다. 이런 꼼꼼한 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집이 완성되는 것이다. 김치열 목수님과 김정국 목수님은 침실과 안쪽 화장실 바닥을 파내 고르고 있었다. 오랜 세월 묻혀 있었을 돌들이 흙더미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대문 쪽엔 배수와 전기 배선을 위해 확보해 놓은 플라스틱 파이프마다 목장갑을 끼워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게스트용 화장실의 지붕이 너무 약해서 천정과 지붕을 거둬내고 새로 작업을 하기로 했단다. 예상하지 않았던 변수다. 아마 이런 변수들은 공사 과정에서 계속 생겨날 것이다. 천장 작업을 하느라 플라스틱 바스켓을 엎어놓고 올라가 일하는 임 목수님에게 아내가 "왜 위험하게 그렇게 약한 배스킷 위에 올라가서 일하세요?'라고 했더니 임 목수님은 "이거 튼튼해요."라고 말했다. 더 이상 참견할 게 없는 우리는 "얼른 사라지자."라고 말하고는 공사 현장을 빠져나왔다.
오후에 아이스케끼 메로나 네 개를 사 가지고 다시 가보니 바깥 화장실 지붕 공사가 한창이었다. 임 목수님은 점점 일이 커진다고 하면서 "웃자고 시작한 일이 죽자고 커진다"는 다소 이상한 표현을 했지만 그걸 바로잡을 일은 아니었다. 임 목수님이 대문 중간에 서서 메로나 껍질을 벗기는데 안에서 "에구구..." 소리가 나서 깜작 놀라 쳐다보니 김치열 목수님이었다. 바닥에서 구들이 큰 게 나왔는데 거기에 발등을 찧었다는 것이었다. 그러게 안전화를 신어야지 운동화를 신어서야 되겠냐고 아내가 물으니 "그거 신고 작업이 되겠어요?"라고 임 목수님이 말한다. 금방 나을 거라고 하며 웃는 김치열 목수님을 보니 많이 다치진 않은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 주에 미장공사도 시작하려 했는데 목, 금요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다음 주로 미루었다고 한다. 이번에 미장을 맡아 줄 사장님은 지난번 성북동소행성 공사 때도 와서 벽을 발라준 분이다. 임 목수님이 전부터 대한민국 미장 중 최고라고 하던 분이다. "사장님이 엄명을 내리셨어요. 황토를 구해놓으라고."라고 임 목수님이 말하자 아내는 "사장님이 구하라고 하면 구해 놔야죠."라며 임 목수님을 압박했다. 우리가 그만 가자,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오니 화장실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김정국 목수님이 구슬땀을 흘리면서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다. 우리는 조심하시라고 말하고는 얼른 골목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