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다 고치거든 꼭 초대해 주세요”

도시형 한옥 집수리 13일째

by 편성준

아침을 먹고 설거지를 한 뒤 파란대문집에 가서 혼자 김혜진의 소설 [딸에 대하여]를 다 읽고 곧바로 독후감을 쓰고 있는데 아내가 문을 두드렸다. 같이 한옥 공사현장에 내려가 보자는 것이다. 매일 같이 둘이 오전이면 공사 현장으로 내려가는 게 이젠 거의 일과가 되었다.

아내가 정원에 심을 수양매회를 구했다는 소식을 임 목수님에게 전했다. 문제는 이걸 언제 심느냐인데 임 목수님이 지금은 마당에 먼지가 너무 많으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다음에 심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오늘은 전기 설비 사장님도 함께 계셨는데 이제 전기 배선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고 했다.

아내가 임 목수님과 에어컨이 놓일 자리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침실과 거실, 게스트룸까지 세 대의 에어컨이 필요하다. 세탁기, 건조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 비용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 비용이다.

아내와 내가 틈만 나면 사진을 찍으니까 김치열 목수님이 자긴 얼굴 팔리면 안 된다고 질색을 했다. 그러나 아내는 “이미 얼굴 다 팔렸어요. 이젠 소용없어.”라고 목수님을 놀렸다. 김 목수님 작업하는 데를 따라가 보니 어제 손 보던 대문 옆 욕실 지붕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임 목수님이 오늘 저녁엔 비가 온다고 하니 혹시 지붕이 새는 데가 있는지 다시 한번 체크를 해보겠다고 했다. 현장에서 먼지나 소리가 많이 나는데도 옆집 사람들이 무던히 참아 주는 걸 보니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가 아무래도 주방이 작은 것 같다고 하자 임 목수님이 서촌에 있는 한옥들에 비하면 이 집이 얼마나 큰 건지 아느냐고 말하며 나중에 서촌에 갈 일 있으면 다른 집 서까래들을 눈여겨보라고 했다. 고마운 말이지만 이무래도 한옥이라 양옥보다 좀 좁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아내가 주방에서 쓸 가구들을 좀 스케치하겠다고 해서 성북동콩집으로 가서 커피를 주문하는데 사장님이 우리가 고치고 있는 한옥이 어디쯤이냐고 물었다. 전철역에서 가까운 곳이라며 위치를 설명을 하고 있는데 테이블에 앉아 있던 초로의 여성분께서 반가워하며 관심을 표하셨다. 사장님의 지인인 것 같았는데 자신도 한옥에 관심이 많다면서 나중에 집이 다 완성되면 한 번 초대해 달라고 하셨다. 아내는 커피숍에 남아서 가구 스케치를 하고 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다시 파란대문집에 가 독후감을 마저 썼다.

아내를 만나 점심을 먹고 나 혼자 외출하려고 전철역 쪽으로 가는데 한옥 골목에서 아까 커피숍에서 만난 아주머니를 다시 뵈었다. 반갑게 인사를 드리고 바로 이 골목이라고 했더니 그분 역시 반가워하며 자신이 이 동네에서 57년을 살았다고 했다. 수리가 다 되면 놀러 오겠다며 공사 잘하라는 덕담을 해주셨다. 한옥 공사를 한다니까 나중에 초대를 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많다. 코로나 19 때문에 수리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기쁘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나 나나 ‘사람들이 놀러 오는 집’이 가장 좋은 집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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