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입니다
오늘 아침 일찍 어디를 가야한다고 하던 아내가 여섯 시도 안 된 시간에 일어나 주방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뭘 하고 있느냐 물었더니 일찍 눈이 떠진 김에 밥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내는 쌀을 씻으며 팥을 같이 삶고 있었다. 팥이 너무 딱딱해서 삼십 분은 삶아야 한다고 했다. 나도 괜히 일찍 눈이 떠져서 어제 사온 책을 꺼내 요 위에 누워 읽고 있는데 아내가 밖에 나와 식탁에서 읽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자신이 머리를 감는 동안 압력밥솥을 좀 감시하라는 것이었다. 솥에서 치익치익 소리가 나고 일 분 정도 지나면 좀 더 센 소리가 나는데 그때 인덕션 게이지를 3까지 줄이고 7분 정도 있다가 끄면 된다고 했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스마트폰 알람을 7분에 맞췄다. 한참 책을 읽고 있는데 아내가 욕실에서 아직 시간이 안 되었냐고 물었다. 아직 알람이 안 울렸다고 대답하는데 어디선가 밥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7분만 지정해놓고 '시작'을 안 눌렀던 것이었다. 아내가 달려가 인덕션 불을 끄며 혀를 끌끌 찼다. 아니, 어떻게 다 가르쳐 준 일도 못해? 그러게. 하하. 너무 어이가 없는지 아내도 웃었다. 밥이 약간 타긴 했지만 그래도 맛이 좋았다. 팥도 잘 삶아졌다 아내가 도시락을 싸주며 회사 가서도 먹으라고 했다. 오늘은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이자 대보름이다. 아내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 음식을 챙긴다. 밤새 눈이 왔고 우리는 새벽에 오곡밥을 지어 먹었다. 아내는 제발 도시락은 놓고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며 먼저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