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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Apr 01. 2020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름에 속은

만우절 전날 밤의 영화 시청담

TV가 하도 재미없어서 IP-TV로 영화나 한 편 보자 생각했다. 영화 채널로 들어가 이리저리 영화 타이틀을 검색하자 아내가 곧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가 영화를 고를 때마다 너무 망설인다는 게 아내가 화를 내는 주된 이유였다.

마땅한 영화가 없어 망설이다가 더 망설이면 정말 혼이 날 것 같아서 일본 영화 [10년]을 선택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비롯한 다섯 감독의 선택은...’하는 태그라인을 읽었기 때문이었다. 다섯 편의 단편영화라니, 신선하지 않은가.

첫 번째 영화는 75세가 되면 귀 뒤에 패치를 붙여 고통 없이 사망하는 근미래를 다룬 디스토피아 얘기였다. 시시했다. 두 번째 영화는 ‘프로미스’라는 프로그램이 아이들의 생각을 감시하고 조종하는 근 미래의 디스토피아 이야기였다. [곡성]에도 출연한 쿠니무라 준도 출연했다. 역시 시시했다. 영화 중간중간 전체 관람가를 뜻하는 ‘All’이라는 마크가 실망감을 부채질했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곁눈질을 하던 아내가 잠이 들었다.

세 번째 작품은 지하 세계에 사는 어린아이의 이야기였는데...네 번째 이야기는 재혼을 앞둔 아빠를 가진 여학생의 이야기였는데...초초했다. 마지막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은 좀 낫겠지 하고 기다렸다. 마지막 작품은 모병 포스터를 제작하던 광고회사 직원이 국방성의 컴플레인을 받고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저명한 화가를 찾아가 사과를 하는 내용이었다. 시시했다. 더구나 감독도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아니었다. 한 편이 더 있나? 기다렸다. 엔딩 타이틀이 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총감독이었다. 제기랄. 만우절 전날 밤 11시 30분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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