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처가의 캘리
"당신이 잘 쓰는
도구는 딱 두개야
수세미하고 펜."
아내가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바보처럼 웃었다.
나는 유난히 손재주가 없는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등에 전혀 소질이 없었고 기계도 잘 다루지 못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한 번 만진 기계들은 고장을 잘 일으켰고 친구나 어른들은 그런 나를 항상 걱정했다. 대학 때는 뚜라미라는 창작곡 동아리에 들어가서 노래도 곧잘 부르곤 했다. 졸업할 때까지 어쿠스틱 기타 실력이 그렇게 안 느는 애는 나밖에 없었다. 그저께 아침엔 빵과 야채, 계란이 섞인 접시 위에서 내가 야채를 포크로 찍다가 옆으로 찍 미끌어뜨리는 걸 본 아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 도구 사용이 서툴러? 포크질 하는 거 보면 참... 당신이 잘 쓰는 도구는 딱 두 가지야. 수세미하고 펜.”
그러니까 나는 설거지나 글쓰기 말고는 잘 하는 게 별로 없다는 소리구나, 생각하다가 어쩌면 아내는 나에게 설거지 칭찬 하나만 하기 무안해서 펜 얘기를 슬쩍 끼워 넣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이니 속는 셈 치고 계속 즐겁게, 열심히 읽고 써봐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