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고래도 발기하게 한다

도시형 한옥 수리 41번째 날

by 편성준

"곽 사장님이시죠?"


부부 침실 옆 욕실 공사를 끝내고 게스트룸에서 공사를 하고 계시는 타일공 사장님께 이렇게 말을 붙였더니 사장님은 어떻게 자기 이름을 알았냐며 신기해하셨다. 지난번에 타일 고르러 수원 내려가는 차 안에서 임 목수님한테 들었다고, 대한민국에서 타일을 제일 잘하시는 분이 곽 사장님이라고 했다고, 타일을 일찍 고른 것도 다 곽 사장님 스케줄에 맞추기 위해서였다고 연이어 얘기했더니 곽 사장님은 쑥스러운 듯 임정희 목수님을 쳐다보고 "에이, 뭐 그런 쓸 데 없이 얘기를 해가지고..."라면서도 연신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욕실에 붙인 타일의 아름다움은 놀라울 정도였다. 아내는 욕실 안 타일이 지그재그로 어지럽게 되어 있는 게 싫다며 욕실 두 군데 모두 타일을 반드시 세로로 붙여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는데 곽 사장님은 우리의 요구대로 제법 큰 타일을 한 장씩 정교하게 세로로 붙이고 계셨다. 보통 타일 공사는 여러 장이 한꺼번에 붙어 있는 걸 단위 면적 당으로 척척 붙이거나 큰 타일로 재빨리 끝내는데 우리 집은 작은 타일을 하나하나 붙여야 해서 '손꾸락'이 아프다고 곽 사장님이 엄살을 부렸다.

한쪽에서는 김치열 목수님이 내가 쓸 작업실의 책꽂이를 만들고 있었다. 평소 '천재 목수'라고 불리는 김 목수님답게 책꽂이는 레이저 광선으로 수평을 맞춰가며 산뜻하고도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가 너무 이쁘다며 좋아했더니 아내가 "책꽂이가 너무 이뻐서 책은 꽂지 말아야겠어"라고 해서 한바탕 웃음꽃이 터졌다.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도 많지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던가. 나는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의 제목을 살짝 바꿔서 '칭찬은 고래도 발기하게 한다'라고 어디엔가 쓴 적이 있다. 칭찬이 하게 만드는 게 어디 발기뿐이겠는가. 우리가 칭찬을 해서 잘 붙여 준 건 아니겠지만 오늘의 타일과 책꽂이는 특히 만족도가 높았다. 생각해 보니 아내도 그렇다. 평소엔 내가 공처가의 캘리를 쓰네, 아내를 두려워하네 하며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 아내는 틈만 나면 나를 칭찬해서 기를 살려주는 편이다.


생각해 보니 뭐든 긍정적인 게 좋다. 얼마 남지 않은 공사 기간을 잘 보내고 나면 몇 년 전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도시형 한옥에서의 삶이 펼쳐진다. 지금까지 오는 동안 아내든 나든 부정적인 생각은 금방 떨쳐 버리고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어이없을 정도로 낙천적인 자세를 유지한 게 드디어 열매를 맺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그런 우리를 스스로 칭찬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내일은 또 내일의 해가 뜬다고 스칼렛 오하라도 말하지 않던가. (아, 사실 그건 "Tomorrow is another day."의 오역인데. 그러고 보니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원제도 'Whale Done!'이었다고 한다. 고래도 해냈다, 는 뜻이란다. 아무리 봐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가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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