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 한옥 수리 43번째 날
내 작업실에 이어 마루 책꽂이도 완성이 되어가고 있다. 책꽂이 아래쪽 공간은 큰 책이나 다른 소품을 수납할 수 있도록 문을 달았는데 마루 기둥 사이로 절묘하게 문이 열리게 설계되어 임정희 목수님과 아내의 감탄을 불러일으켰지만 정작 이 놀라운 일을 해낸 김치열 목수님은 ‘어쩌다 얻어걸린 것’이라며 겸손을 떨었다. 드디어 자태를 드러낸 주방의 수납공간들이 오밀조밀하고 아일랜드 식탁 위에 걸릴 조명은 티크와 오크로 만들었다는데 흡사 오디오 스피커처럼 매끈하게 빠졌다. 월요일이면 도착할(우리 부부에게 주어진 선물인데 누가 주는 건지는 아직 비밀이다) 아일랜드 식탁 상판과 조명의 조화가 너무나 기대된다.
임정희 목수님이 인터폰과 함께 순자 출입문을 꺼내며 “이거 검색하느라 죽을 뻔했네.”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순자 출입 때문에 욕실 문을 늘 조금은 열어두고 살아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순자도 이런 사실을 알면 기뻐하겠지만 고양이와 인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요원하기만 하다.
김정국 목수님은 게스트룸에 침대 프레임을 설치하고 있었다. 프레임이 설치되자 방이 한결 아늑하고 안정감 있게 느껴졌다. 욕실 타일도 너무 예쁘게 마무리가 되었다. 타일 작업은 하루 반 만에 끝났는데 임 목수님은 타일공이 가져간 돈이 얼마인지 아세요? 라며 웃었다. 들어보니 입이 벌어질 금액이었다. 그러나 일 못하는 타일공 둘이 와서 이틀 사흘 일한 것보다 곽 사장님 혼자서 한 일의 결과가 더 좋기 때문에 전혀 아까운 돈이 아니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어느 분야든 일 잘하는 사람 앞에서는 여러 말이 필요 없는 것이다.
페인트 사장님이 마당에서 보이는 벽 앞에 사다리를 넣고 올라서서 칠을 하고 있었다. 까탈스러운 사장님이 고심을 거듭해 고른 연한 그레이 컬러 벽을 배경으로 늘어질 수양매화와 작은 꽃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쪽에선 목공 작업이 한창이라 마당엔 톱밥 먼지가 가득했다. 새삼 벽 너머에 사는 분들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옆집 한옥은 가정교회를 하는 분들인데 한 달이 넘도록 발생하는 많은 먼지와 소음에도 얼굴 한 번 찡그리는 법이 없었다. 아내와 나는 이번 주말 이전에 과일이라도 사 가지고 찾아가 다시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아름다운 서까래나 책꽂이보다 더 큰 재산은 어질고 품격 있는 이웃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