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목수가 한껏 욕심을 부린 한옥

도시형 한옥 수리 46일째

by 편성준

금요일은 목공이 철수하는 날이었다. 골목을 꽉 채웠던 폐기물 쓰레기도 한 점 남김없이 모두 치워졌다. 마지막으로 많은 목공들이 와서 마루와 안방, 게스트룸 등 마당을 중심으로 보이는 미닫이 문들을 한꺼번에 다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마루의 문은 안팎으로 두 겹의 유리문과 중간 방충망을 단 문까지 합쳐 무려 다섯 겹이나 된다. 솔직히 나는 이렇게 두꺼운 마루의 문 구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여닫이 문에 문풍지 대신 유리를 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한옥의 고풍스러운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유리가 가진 현대적인 느낌이 뒤섞인 도시형 한옥이 될 것이다. 이것은 아내와 나, 그리고 임정희 목수님이 공사 초기부터 합의를 하고 진행한 전체 컨셉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와서 눈부신 속도로 작업을 했다. 문을 달 땐 일을 나눠서 할 수 있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엄청난 먼지와 소음을 내던 목공 작업이 끝났다. 기본적인 작업은 얼추 다 끝났다는 얘기다. 이제 나머지 목공들은 월요일부터 수원에 있는 새 작업장으로 출근을 하고 임 목수님과 전기 사장님만 남아 바닥 공사 마무리와 자잘한 부분들을 정리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김정국 목수님이 빗자루로 마당을 구석구석 쓸며 마지막으로 엄청난 먼지를 발생시켰다. 김 목수님이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든 게스트룸의 침대 프레임은 너무나 마음에 든다. 이제 그 위에 토퍼만 깔면 콤팩트하고 아늑한 잠자리가 완성될 것이다. 부부 침실 문과 욕실 문에 달린 순자 출입문 두 개도 예쁘게 자리를 잡았다. 집이 넓어지면 순자도 좋아할 것이다.

아내가 침실을 둘러보며 "벽지 색깔 예쁘네."라고 말했더니 임 목수님이 "페인트요, 페인트! 돈을 얼마나 들이고 칠했는데 벽지래?"라며 아내를 힐난했다. 오늘이 지나면 목수님들과 헤어지게 되는 것이 섭섭한 아내는 "같이 밥도 못 먹었는데..."라고 했고 임 목수님은 "지난번에 회식했잖아요."라며 웃었다. 공사가 다 끝나고 토요일 이사를 오기 전에 청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의논을 했다. 임 목수님이 기본적인 청소는 다 해준다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마음이 안 놓인다. 보통은 '입주 청소 용역’을 부른다고 하는데 아내와 나는 심사숙고 끝에 그냥 우리가 천천히 걸레질도 하고 그러면서 청소를 하기로 했다.


아내는 공사가 끝나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으면서도 또 불안하기도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일 것이다. 스트레스는 부정적일 때뿐 아니라 긍정적일 때도 똑같이 발생한다고 하지 않던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괜찮아질 것이라 위로를 했다. 그냥 위로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아서 성북쭈닭발에 가서 닭발과 소주를 사 주며 위로했다. 하늘엔 저녁놀이 붉게 퍼지고 쭈닭발 옆의 새천년호프엔 벌써 가게 앞 파라솔마다 손님들로 그득했다. 이맘때쯤의 성북동 거리는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답다. 아내는 비로소 마음이 가벼워 보였다. 나는 취하지 않도록 술을 마시는 만큼 물을 마시며 양을 조절했는데 신이 난 아내가 소주를 한 병 더 주문하는 바람에 결국 또 둘이서 세 병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성북동콩집에서 고민하던 아내는 성북쭈닭발에 가서 여유를 되찾았다.

아내가 토요일 새벽에 지리산 '맛있는부엌'으로 떠나서 낮에 나 혼자 공사현장에 갔더니 임 목수님 혼자 싱크대에서 떼어낸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자 나중에 신발 갈아 신을 때 쓰라고 김치열 목수님이 만들어 준 앙증맞은 걸상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거 만들어서 한 개에 팔천 원씩 이베이에 팔까 했다는 바로 그 의자다. 모터 소리도 전기톱 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산한 공사 현장 툇마루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임 목수님은 매일 새벽에 일어나 나오는데 요즘은 걱정이 많아서 그런지 잠을 잘 못 자 무척 피곤하다고 하며 웃었다. 날이 갈수록 공사현장엔 아내와 내가 브런치에 올린 글을 읽고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어제도 최근에 성북동으로 이사를 온 분이 찾아왔는데 100평이 훨씬 넘는 저택의 수리를 의뢰해 와서 정확한 예산과 기간을 다시 얘기해 보자고 했단다. 나는 정말 우리 집을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해 준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렸고 임 목수님은 이 집에서 자신의 꿈을 원 없이 한 번 펼쳐보고 싶어 자재든 공사든 최선을 다 했다고 말했다. 한옥 목수인 임 목수님이 욕심을 한껏 부려 공사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집 브랜드 가치도 올라간다는 뜻이리라. 더구나 임 목수님과는 한 번 합을 맞춰본 사이이기에 양쪽 다 원하는 바나 해결책을 그때 그때 솔직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임 목수님은 3년 반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디테일은 훨씬 더 깊어졌고 집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여유가 넘친다. 인부들과의 친화력은 여전히 최고다.


대문을 나서다 보니 낡은 우체통 대신 새로 산 빨간 우체통이 보였다. 우체통은 그냥 있던 거 칠해서 쓰기로 했잖아요?라고 내가 물었더니 ‘비싸지도 않은 거 새 거로 하자’는 얘기가 나와서 그냥 새 걸로 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두가 이렇게 내 집처럼 생각하니 아무런 사고 없이 계획했던 대로 공사가 잘 끝나가고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가슴이 뻐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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